• 조선일보 16일 사설 '이통일장관 내정자의 정신나간 대미훈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15일 “부시 미 행정부는 일방주의적 대북정책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미국이 왜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북미관계 정상화에 그토록 주저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부시 정부는 북한의 체제붕괴를 유도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또 “긴밀한 한미공조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국가적 운명을 결정하는 데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1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이 내정자가 물려받게 된 이 나라의 대북정책은 북의 핵실험으로 완전히 파탄난 상태다. 그런데 이 내정자는 이렇게 다급하고 위중한 대한민국 사정은 뒷전에 두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감놔라 배놔라 훈수를 둔 것이다.

    지금 대북정책을 걱정해야 할 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미국은 대북 유엔결의에 따른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다시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민족끼리 공조’로 북핵문제를 ‘한국식’으로 풀겠다던 이 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국제사회가 아예 대한민국을 따돌린 것이다.

    이 내정자는 “한미동맹이 우리 운명에 악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내정자는 그렇다면 이 정권이 미국의 핵우산을 빌려 쓰지 않고 북핵 앞에 맨몸으로 선 대한민국과 4800만 대한민국 국민의 운명을 지켜낼 수 있는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이 내정자 역시 “북이 핵을 가져도 남북 군사균형은 깨지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독창적 이론을 신봉하기에 장관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세계의 우스갯거리가 돼버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내정자가 그렇게 걱정스럽다는 부시 행정부는 미 국민이 중간선거에서 이라크전 정책을 심판하자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즉각 해임해 새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정부는 북핵 정책을 파산시켜 놓고도 이 내정자 같이 자기 코가 석자인 처지도 모르고 남의 장기에 훈수나 두려고 하는 물정 모르는 사람을 대북정책의 새 사령탑으로 앉혀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