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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일자 오피니언면에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인 조전혁 인천대 교수가 쓴 '손봉호 총장과 박철 총장'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얼마 전 한국외국어대 직원노조가 216일에 걸친 장기 파업을 끝냈다. 대학 노조 사상 최장의 파업이었다. 장기 파업 때문에 도서관에 책이 쌓이고 취업 지원 업무가 마비됐다. 적당히 타협했더라면 이런 긴 파업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학교 박철 총장은 ‘인사권 양보 불가’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고수했다. 총장의 원칙주의 경영 방침에 교수, 학생들도 동참했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노조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외대 노조가 손을 들던 날 대부분의 언론은 박 총장에게 갈채를 보냈다.
동덕여대는 몇년 전 재단 비리로 인한 파행을 학생·교수들의 지난(至難)한 투쟁과 노력으로 극복했다. 2004년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회장을 지냈던 박경양씨를 비롯한 소위 ‘시민이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재단이사회가 구성되었다. 이들 이사진과 교수 및 직원 노조 등은 처음부터 동덕여대를 소위 ‘상지대학교를 모델로 한 시민대학’으로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새 이사회는 손봉호 총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취임 후 손 총장은 과거 재단 파행으로 노조에 양보했던 인사권을 비롯한 경영권을 되찾는 등 노조와의 대립 노선을 걸었다. 때마침 터진 총학생회의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직원노조, 학생회와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했다.
외대 파업이 수습되기 며칠 전 동덕여대 이사회는 시민이사들이 주도해 전격적으로 손봉호 총장을 해임했다. 손 총장이 학교측과 총학생회, 교직원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것이 주된 해임 사유다. 내심으로는 목적한 바 시민대학을 만드는 데 있어서 손 총장이 부담스럽다고 판단했으리라. ‘감귤나무가 장강(長江) 이북으로 가면 탱자나무가 된다’고 했던가. 외대에서는 갈채를 받은 원칙 경영이 동덕여대에서는 징계 사유가 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손봉호 총장과 박철 총장 모두 학교 경영에 있어서 원리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접은 극단적으로 달랐다. 외대 이사회는 원칙에 기초해 뚝심으로 밀고 나가는 총장을 격려하고 보호했다. 그러나 동덕여대 이사회는 강성 직원노조와 도덕성이 의심되는 총학생회 편에 섰다.
노조와 학생회에 대한 손 총장의 원칙 대응은 법적으로도 정당성이 인정되었다. 노조가 학교측을 고발 또는 제소한 사안에 대해 노동관서, 검찰은 대부분 기각·무혐의로 판정했다. 총학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학교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도 동덕 이사회는 상을 줘도 아쉬운 총장에게 해임이라는 극단적 징계를 가했다. 한술 더 떠 해임 결정에 반발하는 교수들에게 “용납할 수 없다”고 위협까지 했다. 이는 명백한 이사회의 권한 남용이다. 재단의 전횡을 막기 위해 공익이사제를 도입하자는 사학법 개정 투쟁의 선봉에 서서 ‘삭발 퍼포먼스’까지 벌였던 박경양씨 등 ‘운동권의 양심(?)’은 어디로 갔나.
대다수 동덕여대 교수·학생들이 이사회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이사회가 오히려 문제의 핵(核)으로 부각되고 있는 형상이다. 금번 동덕사태는 ‘문제를 들춰내고 꼬집는 능력은 최강이나 문제를 봉합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최악’이라는 운동권 인사에 대한 세평(世評)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동덕인들이 다시 합심해야 한다. 위협에 굴하지 않고 내외의 불순세력으로부터 ‘손봉호 총장 구하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양심 세력들과 여론 형성층도 동덕의 ‘2차대전’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골랐어!”라고 저들 운동권들이 후회토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