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일 사설 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1일 “6자회담 재개 등 상황을 봐가면서 쌀·비료 지원 재개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쌀·비료 지원 재개 시기를) 6자회담 재개에 맞출지, 회담이 실제 이뤄지는 것에 맞출지, 아니면 다른 요소에 맞출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지난 7월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 이후 중단했던 쌀·비료 지원 재개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말 비호처럼 날랜 통일부다.

    이 정부는 북한이 지난달 9일 핵실험을 한 데 대한 대응조치를 20일이 넘도록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핵실험 직후엔 “유엔 결의가 나온 후 정하겠다”고 하더니, 대북제재 유엔결의가 나온 이후엔 “유엔 결의가 요구하는 정확한 제재수준을 파악하겠다”면서 또 시간을 끌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쌀·비료 지원 중단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는 구문(舊聞)을 걸핏하면 꺼내 들곤 했다. 북한이 6자회담 테이블에 돌아오겠다는 말 한 마디에 그것마저 풀겠다고 한 것이다.

    북을 6자회담으로 다시 끌어낸 것은 국제사회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였다. 미국 주도의 압력에 견디다 못한 북한이 못 이기는 체 중국의 손을 붙잡고 6자회담 테이블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 정부처럼 햇볕 타령만 했더라면 북한은 이쪽의 약점을 노려 무력시위까지 벌였을지 모른다. 북이 6자회담에 돌아와서도 핵 폐기협상에 성실하게 임할 것인지, 아니면 단지 제재 압박을 피하며 시간만 끌려 할지는 짐작할 수 없다. 국제사회는 그래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상관없이 북한의 핵 폐기 때까지 대북제재의 고삐를 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정부는 미국 중국 북한의 6자회담 재개 합의도 뒤늦게야 전해 들었다. 미·중은 공조에서 이탈한 한국이 못 미더워서, 북한은 미국만 쳐다보느라 한국엔 귀띔조차 해주지 않은 것이다. 이 정부는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그게 모욕인 줄도 모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