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현 대표 등 13명의 민노당 방북단은 그제 ‘꿈에 그리던’ 평양 땅을 밟았다. 문 대표는 순안공항에서 매우 감격스러운 듯 “중국을 통해 먼 길을 돌아왔지만 평양에 도착하니 기쁨과 설렘으로 마음이 벅차오른다”는 도착성명을 읽었다. 그는 동맹국인 미국과 우방인 일본을 ‘전쟁광(狂)’으로 모는 발언으로 김정일 정권의 ‘홍보대행’도 멋지게 해 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과 법무부의 반대, 당 소속 간부에 대한 ‘386간첩단’ 연루혐의 수사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북을 감행했다. 오로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줄까’에만 가슴 졸이며, 남의 4800만 국민과 북의 2300만 동포는 잊은 듯한 태도다. 작년 8월 당시 김혜경 대표 등 민노당 대표단은 북의 ‘애국열사릉’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당신들의 애국의 마음을 길이길이 새기겠다”고 적었다. 이 능은 6·25 남침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고위 권력층과 인민군 지휘관 등이 묻힌 곳이다.

    과연 민노당은 합법정당이며, 그 간부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는가. 이들은 당 간부의 간첩사건 연루 혐의가 드러나자 “북측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럼, 북측이 아니라고 하면 아니란 말인가. 국민을 대놓고 우롱하겠다는 것인가.

    문 대표는 방북에 앞서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돌아오겠다” “추가 핵실험은 안 된다는 것도 전달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이 ‘동맹보다 민족’을 앞세우다가 미국한테 따돌림 당하고, ‘미국에 영향력 없는 한국은 쓸모없다’고 여기는 북으로부터도 능멸당하는 판인데 무슨 수로 평화를 이루고 오겠다는 것인가. 초청자인 북측 조선사회민주당은 정상적 정당이 아니라 대남 공작조직인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기관일 뿐이다. 이런 기관과 ‘민족’을 논하고 ‘반미’를 외치면 평화가 오겠는가, 아니면 북의 대내외 선전효과만 키워 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