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이른 봄!

    언땅 뚫고 뾰족 솟아나는 새순의
    세상 빠안히 바라보는 눈망울에
    두꺼운 흑갈색 나무껍질속 물관은
    쉬지않고 뿌리의 물을 길어 올리네

    눈덮힌 산정의 얼어붙은 호수를 깨고
    머얼리 너울너울 풀어지는 아지랭이
    앞뒤로 손 흔들며 걸어오는 군인들의
    힘찬 발자국소리에 귀를 기울이네

    때는 이른 봄!

    암울하게 퍼져있던 희쀼윰한 안개의
    베일을 걷고 일어서는 박달나무들!
    자유의 동지들은 가슴속에 그윽히
    차오르는 기름초롱을 꼬옥 안고 있어

    저마다 화안한 둥지를 켜는 새순들!
    나뭇가지 마다 수천수만 눈빛 달고서
    죽은 아버지를 마음으로 용서하고
    다시 숲의 중심에 모시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