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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일 사설 '한국 좌파 마침내 정체를 드러내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통일연대, 전국연합,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전공노, 민노총 등 좌파단체들이 10일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북 핵실험을 부추겼다. 만일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고수하면 이를 분쇄하기 위한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져갈 것”이라며 오는 22일 반미·반전 민중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한총련은 “당면 사태의 원인은 100% 미국이 제공했다. 자주국가의 권리인 핵 보유를 미국과 유엔이 무슨 권리로 제재한다는 말인가”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핵무기를 제조하고 위조달러를 찍고 마약을 거래하며 인민을 굶겨 죽이는 체제가 그에 대한 제재로써 지도자의 비자금을 동결시킨 국제사회에 핵실험으로 반발한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가진 북한 핵실험이 대한민국에서 좌파를 표방하는 정치·노동·통일단체의 생각과 주장의 모순을 폭로하고 이들의 정체를 드러내게 하는 또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좌파단체들은 80년대 이래 줄기차게 반핵을 외쳐 왔다. 한반도에서 미군의 전술 핵무기 철수 주장은 그들의 전매특허 같은 구호였다. 그런데 지금 그 좌파가 북한 핵무기를 “응당한 자위수단”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핵무기가 정당하다고 말하는 좌파는 세계에 없다. 달리 말하면 핵무기를 옹호하는 이 땅의 좌파는 사실은 좌파가 아니라는 말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시작되면 배 곯던 북한 인민은 배를 더 곯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북한 지도자와 그를 옹위하는 특권 세력들이 방패막이로 핵을 욕심낸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 땅의 좌파는 인민의 편이 아니라 지도자의 편에 선 것이다. 인민을 버리고 지도자 편에 서는 좌파는 세계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한국 좌파들의 눈에는 북한의 핵 보유가 일본의 재무장을 충동질하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군비를 강화하면서 한반도와 민족 전체가 화약고 속에 내던져지는 사태는 보이지가 않는 것이다. 군비 경쟁을 환영하는 좌파도 세계에는 없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상대로 경제·군사 제재를 가할 때 그 피해는 북한 인민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동시에 또는 차례로 밀려들 수밖에 없다. 하나는 굶주림으로, 다른 하나는 불안과 공포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 땅의 좌파는 핵실험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좌파는 세계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 좌파는 핵무기도 북이 가지기만 하면 선(善)이라는 것이다. 더더구나 이들은 북의 핵이 북의 미사일처럼 불량국가들 사이에 유통돼 세계가 핵 확산을 빚는 무서운 사태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의 폐절을 기본 강령으로 삼다시피 하고 있는 세계의 좌파 표준에서 보면 이 땅의 좌파는 좌파가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다. 결국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역설적으로 사상적 좌파인 듯이 행세해온 이 땅의 좌파 단체와 그 소속원들의 가면을 벗기고 그들이 사실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져온 세습독재 체제의 동조자 또는 하수인이라는 것을 폭로해 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