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5일 사설 북 핵실험 협박 듣고도 시멘트 보내는 정부 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3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핵기술을 확산하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 핵실험이 강행될 경우 미국은 대안을 검토해야만 할 것”이라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미·일 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어서는 엄중한 사태를 결코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4일 북핵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을 설명하면서 “상황에 근본적 변화는 없다”고 했다. 북핵사태가 마지막 턱밑까지 차오른 위기상황을 맞고도 느긋하기만 하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확정된 것을 축하하는 박수를 치며 시작했다. 대통령은 이어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선 점심을 먹으며 북핵 대책을 논의했다. 대통령은 “냉철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했다지만 정부에게선 한반도를 뒤흔들 사태를 앞두고 긴박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정부가 북한 수해 복구에 지원키로 한 시멘트 10만t 중 6400t을 5일 예정대로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는 데에 이르러선 국민은 할 말을 잃는다. 북의 핵 불장난 선언을 듣고도 계속 퍼주는 것이 대통령이 말하는 ‘단호한 조치’인가. 더구나 시멘트는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할 경우 갱도를 메우는 데 쓰일 수 있다.

    북한의 핵 공갈을 분쇄하는 지름길은 남한과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4강국이 한목소리를 내 북한이 “핵실험 했다가는 정말 큰일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 배짱을 부리는 것도 지난 7월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국제 공조의 위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 미사일은 군사적 위협이 아니다”라고 싸고돌며 대북사업을 계속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다. 당장 경제부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달 핀란드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단서나 근거 없이 이야기하면 여러 사람이 불안해하고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국민이 정말 불안하고 겁나는 것은 누가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얘기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하는데도 정부가 아무 대책도 없이 팔짱만 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