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2일 사설 '반외교·윤국방은 역사에 책임질 각오 있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른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인터뷰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 행사해도 한반도 유사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군의 개입과 증강 약속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얼마 전 “오래 전에 군생활을 한 분들이라 현재 우리 군의 발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군의 전작권 단독 행사를 염려하거나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군사력은 북한군보다 첨단화돼 있고 월등하다”고 했다. 윤장관은 또 “한·미는 유사시 압도적인 미군 증원전력의 전개를 전제조건으로 해 전작권 단독 행사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반 장관과 윤 장관의 말은 우리 군사력이 북한보다 앞서고 미군도 와서 도와준다고 하니 전쟁이 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정말 그렇다면 두 장관의 인식은 대한민국의 안보 책임자로서 큰 문제가 있고, 대한민국 안보에도 큰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지금 역대 외교·국방장관들이 전작권 단독 행사를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했을 때 그 전쟁에서 패전할까를 걱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전직 장관들은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 자체가 벌어져선 안된다고 믿고 있기에 전쟁 발발을 결정적으로 억제해온 한미연합사를 통한 한·미 공동의 작전통제권 행사체제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 그것도 서울 근처에서 몇 달 동안 전쟁이 벌어져 나라의 중심이 잿더미가 된 뒤에 적을 격퇴하는 것과 그런 전쟁이 애초부터 대한민국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다.

    한·미 양국의 전작권 공동 행사를 고리로 하는 한미연합사 체제에선 만일 전쟁이 터지면 69만명의 미 증원군이 자동 개입돼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게 돼있다. 이런 연합사 체제가 북한으로 하여금 ‘섣부르게 대한민국을 공격하면 자멸한다’는 공포감을 줌으로써 지난 50년간 한반도의 안정이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 단독 행사로 연합사 체제가 해체되면 유사시 한반도 통일을 위해 미군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고 있는 ‘작전계획 5027’은 무효가 된다. 한국군 혼자서 한국 방어를 책임지고 미군의 역할은 한국군을 지원하는 보조적 역할에 그치게 된다. 북한이 수십년 간 집요하게 기대하던 사태가 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에 한·미 공동의 안보체제가 약화됐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북한에 오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반 장관과 윤 장관만이 지금 전작권 한·미 공동 행사 체제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전직 장관들과 유별나게 다른 안보관과 동맹관을 키워 왔을 리는 없다. 다만 현직 장관으로서 대통령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공직자의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안녕이 걸린 문제를 놓고 무조건 대통령 뜻만 떠받드는 것은 참다운 공직자의 처신이 아니다. 오히려 모시는 대통령이 역사에 커다란 과오를 저지르지 않도록 대통령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자신을 중용해준 나라와 대통령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반 장관과 윤 장관은 한미연합사와 한·미동맹이 해체돼 이 나라 안보가 흔들리고 그걸 붙들기 위해 수백조원의 피땀 같은 국민의 세금을 퍼붓고, 그래도 잘못돼 우리와 우리 자식들이 전쟁의 참화를 맞게 된다면 그때 가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반 장관·윤 장관은 자신의 이름만이 아니라 자손의 명운을 걸고 지금 역사 앞에서 책임질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