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7일자 오피니언면 '광화문에서'란에 이 신문 이동관 논설위원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요즘 한나라당 주변에서 나오는 2007년 대통령선거에 대한 ‘그림’은 핑크 톤이다.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빅3’만 분열 않고 대선까지 가면 필승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집단에서 ‘대통령감 1위’로 꼽히면서도 지지율 5%의 벽을 못 넘는 손 전 지사가 분발해 3강구도만 형성되면 금상첨화라고 한다. 요는 ‘이번엔 절대 안 진다’는 것이다.

    3년 반에 걸친 국정파탄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여권 내 대선예비주자의 지지율을 합쳐 10%가 안 되는 상황인 만큼 이를 ‘근거 없는 낙관’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거는 과학이다. 객관적 지표를 보면 한나라당은 지금도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한국사회여론조사(KOSI)의 조사결과 6월 말 45.9%였던 한나라당 지지율은 8월 말 34.9%로 두 달 새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여당 지지율과 동반 하락한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마저 ‘사대주의’라는 비판을 걱정해 좌고우면하고 사립학교법, 부동산거래세 인하 등 현안에 우왕좌왕한 데 따른 실망감의 반영이다. 심지어 전시작전권 논의중단 촉구 결의문 채택을 위해 지난달 소집된 의원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산회되자 “이게 야당이냐”는 자탄의 소리까지 당내에서 나왔다.

    더 심각한 것은 ‘전에도 지금도 한나라당이 싫다’는 ‘한나라당 절대 혐오층’이 작년 11월 29%에서 최근 31.8%로 오히려 늘어난 점이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어제 한나라당 주최 세미나에서 “보수층이 늘고 있다는 것도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중도유권자는 2002년 대선에서 32.3%, 5·31지방선거에서는 42.6%로 급증한 반면 진보와 보수는 현재 30% 안팎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결국 ‘중원(中原) 전투’에서의 승리 여부가 대선승리의 관건인 것이다.

    그런데도 대선승리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한 착각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벌써 ‘밥그릇 다툼’만 눈에 띈다. 박 전 대표 측과 이 전 시장 측은 7·11대표경선에서 ‘줄 세우기’와 ‘세 과시’로 일전을 벌이더니 최근엔 지지자들끼리 ‘박빠’(친박 전 대표 측) ‘명빠’(친이 전 시장 측)로 나뉘어 당 홈페이지에서 저질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된장녀’ ‘세상물정 모르는 수첩공주’, ‘노가다’ ‘대통령 시켜주면 김일성 동상 앞에서도 절할 사람’이라는 시정잡배 수준의 공방이 연일 홈페이지를 뒤덮었지만 양쪽 다 방관만 했다.

    유력 두 대선주자 진영 내에서는 벌써 진입장벽까지 높아지고 있다. ‘새 피’가 들어오면 자기 밥그릇이 없어지는 만큼 측근들의 견제가 심해진 탓이다. 인재 영입의 소리만 높았지, 정작 당 차원의 외연 확대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두 차례 대선 패배의 원인인 ‘뺄셈정치’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대선에서 이기려면 “나라를 살리겠다”는 진정성과 미래 나라 운영의 그림이 국민에게 전해져야 한다. 경제 침체와 안보 불안으로 국민은 하루하루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내는데, 밥그릇 싸움으로 지새우며 표를 달라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한나라당은 너무 빨리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