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3일자 '기자수첩'란에 이 신문 정치부 김민철 기자가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도대체 간첩사건이 몇년 만이야?”

    21일 국가정보원이 북한 ‘35호실’ 간첩 정경학에 대한 수사결과를 내놓자 이 기사를 쓰는 통일부 기자실은 잠시 웅성거렸다. 다들 간첩사건 기사는 처음 다루는 처지여서 간첩을 몇년 만에 잡은 것인지, 직파(直派) 간첩이라 해야 할지, 우회 침투 간첩이라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것이다.

    기자도 신문사 입사 14년 만에 간첩 기사는 처음 써보았다. 수사결과 자료를 놓고 심호흡도 한 번 해보았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좀 막막했다. 성격이 비슷한 간첩 ‘깐수’ 사건을 찾아보니 벌써 10년 전 일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직파 간첩으로는 1997년 최정남 부부 간첩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국내 침투, 공작금, 목적 수행 간첩(국보법 4조1항), 남조선 장기 침투 여건 조성, 지령 송수신용 음어 수록 CD 등 국정원 발표 자료에 나오는 용어도 생경했다.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말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9년 동안 국내에 간첩은 사라진 것일까.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지난해 11월 말 내놓은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5년간 한국으로 쏘아보낸 지령 통신이 670건이었다. 국내에 간첩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간첩 검거 건수는 2001년 4명, 2002년 2명, 2003년 3명, 2004년 2명, 2005년 2명 등이었지만 대부분 발표도 하지 않고 넘어갔거나 주목을 끌지 못했다. 간첩을 안 잡느냐, 못 잡느냐는 논란이 나온 지도 한참 지났다.

    기자실에서 간첩 기사를 쓰고 있을 때 통일부는 이종석 장관 명의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임동옥 부장 사망에 조의를 표하는 전통문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통일부는 “통전부는 통일부의 업무 파트너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통전부는 그동안 대남 공작에 관여해온 조직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기사를 같은 날 함께 쓸 줄은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