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1개 예비역 장교 단체들이 23일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성명서는 “작통권 단독 행사에 따라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시에 군사구조를 이원화한다는 것은 국가 안보를 시행착오의 대상으로 삼는 해괴한 짓이다.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에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최대의 국가 목표다. 이 문제를 자존심과 결부시켜 국기를 흔드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이달 초엔 전 국방장관들이 국방장관을 만나 작통권 단독 행사 추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국방장관은 이 말을 듣고 돌아서자마자 “오래전에 군생활을 한 분들이라…”며 딴청을 피웠다. 대통령은 “지금 당장 작통권을 단독 행사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술 더 뜨고 나왔다. 그래서 나이 아흔을 바라보는 군 원로들이 낡은 군복을 다시 꺼내 입고 한여름 땡볕에 길거리로 나서 작통권 단독 행사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그래도 이 정부가 듣는 시늉도 않으니 이번엔 지난 50여년 세월 동안 우리 군을 지휘해온 대한민국 예비역 장교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져 온 사람들의 눈에는 이 정부가 추진하는 작통권 단독 행사가 ‘해괴한 짓’이요, ‘너무나 어리석은 일’로 비친 것이다. 국가 최고 책임자와 국방 책임자들이 운동권 수준의 자존심 타령, 자주 타령을 앞세워, 이 땅에서 전쟁 자체를 막아주고 전쟁이 터질 경우에도 최소한의 희생으로 승리를 보장해 주는 한미연합사 체제를 허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안보에 관한 한 1%의 허점에 대해서도, 더구나 국방 전문가들이 내놓는 우려에 대해서는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럴수록 어깃장을 놓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를 통해 이렇게 무책임한 집권 세력은 처음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