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은 신문은 균형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중앙일보가 전교조의 항변을 제대로 실어주지도 않았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소재만 골라내 전체를 예단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을 이야기하고 계신 듯 싶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신문은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논조라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지면은 제한되어 있고 말입니다. 선생님의 논리라면 한겨레신문이나 미디어오늘 같은 보수성향이 아닌 매체들도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마다 매체들은 논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례만 골라 냈다고요? 선생님은 이렇게 사례를 들고 계신 듯 합니다.

    「중앙일보가 '외면당하는 전교조' 시리즈 두 번 째로 내보낸 것은 '학부모도 교사도 반 전교조 뭉친다'는 기사다. 여기서는 우익세력의 지원을 받는 교육단체의 주장이나 일부 학부모의 사례를 침소봉대하여, 전교조가 마치 대다수 학부모나 교사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단체가 전교조에 대등하게 맞서기엔 아직 미흡하다"며, "이들 단체가 힘을 가지려면 더 많은 교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노골적인 '편들기'를 시도했다. 반면, 전교조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기사의 맨 뒤에 중립적인 발언 하나만 덧붙이는 정도에 그쳤다.」

    선생님께 제가 다시 한번 질문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은 실제로 대다수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이 전교조를 배척하는 것이 아닌데 중앙일보가 마치 대다수가 반대하는 것처럼 왜곡했다고 주장하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다면 왜 교육위원 선거에서 전교조가 부진했습니까? 대다수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이 전교조를 배척하고 있지 않다면 왜 전교조가 교육위원 선거에서 부진했습니까? 보수언론의 ‘흑색선전’ 때문에 그랬다고 주장하실 건가요? 그렇다면 전교조 측은 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까?

    언론중재와 같은 절차도 있고, 그리고 일반 대중의 눈높이로 볼 때 전교조의 주장이 합당하다면 아무리 보수언론이 ‘흑색선전’을 해도 무방한 것이 아닐까요. 세상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권력자가 아무리 언론을 탄압해도 결국 세상은 다 뒤집어졌지요? 오히려 지금은 진보나 중도세력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권력을 장악했다는 말이 강한 설득력을 가질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가 단순히 보수언론의 문제제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전교조 자체의 문제점 때문에 패배한 것을 보수언론의 공격 때문으로 전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보수언론의 전교조 비판은 전교조가 시장주의에 대항하는 집단이기 때문?

    선생님은 정부 측의 시장주의적 교육개혁에 반대를 하고 계십니다. 시장주의적 교육개혁 때문에 교육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전교조의 평등주의적 교육개혁 운동은 그것을 막기 위한 합당한 행동이란 이야기지요. 그런데 전교조를 보수언론이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바로 그런 시장주의적 노선을 반대하는데 대한 보복이라고 지적하고 계십니다. 선생님의 표현을 그대로 옮깁니다.

    「그런 점에서 보수세력의 '전교조 죽이기'는 강력하게 조직화된 저항세력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의 표현이자, 기득권 약화를 우려하는 위기의식의 산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보수언론의 이런 공세가 전교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IMF 사태 이후 사회 전반에 팽배한 위기의식을 자극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으며, 나아가 진보 개혁세력이 군사정권에 맞서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의 소중한 성과를 하나하나 부정하고 있다. 그들은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개혁세력 전체를 이념적 편향세력, 반대를 위한 반대세력, 집단이기주의 세력으로 규정하여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전교조 죽이기'는 우리 사회 전반의 진보 개혁운동의 앞날 광기 어린 저주의 서곡이 될 수도 있다.」

    선생님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당연히 보수언론과 전교조의 노선은 다릅니다.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전교조라면 보수언론은 당연히 자유를 중요시합니다. 세상에는 진보가 있으면 보수가 있고, 보수가 있으면 진보가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두 세력 사이에는 마찰과 경쟁이 있기 마련입니다.

    선생님은 보수언론이 과장보도, 편파보도, 여론재판, 색깔공세, 흑색선전 등등 갖은 악행을 다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결국 요약하면 전교조의 입장을 거의 반반에 가깝게 실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기계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매체는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신문은 저마다 논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언론의 비판에 나름대로의 논리로 반박을 하실 수 있다면 방송이나 중도/진보언론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그러나 지금처럼 일방적인 주장말고 합당한 근거를 들어 주장해 보십시오. 특히 통일학교 교재 같은 문제 말입니다. 국민들은 왜 전교조의 통일학교 교재 문제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일반적 통념과는 어긋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교조가 최근 선거에서 타격을 입은 것입니다.

    선생님, 그리고 시장주의 교육개혁이 좋은 지 나쁜 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나 지금은 정부도 그렇고, 한나라당도 그렇고 시장주의 교육개혁에 동의하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민 과반수 이상이 시장주의 교육개혁에 공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지지도와 한나라당 지지도를 산술적으로 합쳐봐도 그렇고, 전교조와 노선이 유사하게 보이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10%에도 못 미치는 지지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선생님은 입시경쟁 부활, 교육개방, 교육과정 개편이 평준화 해체, 교원 구조조정, 학력평가 강조 등을 가져와 평등교육 이념을 흔들고, 상류층이 교육기회를 독점해 교육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계십니다. ‘지금 전교조가 벌이는 '우리 아이들 살리기운동'은 이같은 시장주의 교육개혁에 대한 총체적 반대이며, '평준화 유지, 대학입시제도 개혁, 무상의무교육 실현, 성과급·교원평가 반대'는 그것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란 것이 선생님의 입장이지요.

    그러나 저는 선생님의 주장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우리 현대 교육 역사에서 입시경쟁이 없었던 적이 있나요? 그리고 입시경쟁이 없어질 수 있나요? 학교의 서열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또한 교육개방을 피하자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길 밖에 더 있나요? 좀 비약적인 비유이지만 그렇습니다. 그리고 교육과정 개편과 같은 문제는 획일적인 교육 때문에 학생들의 창의력이 죽는다는 비판 때문에 행해진 것 아닌가요. 역설적으로 평등을 중시하는 교육이 학생들의 획일화를 불러 온 측면도 있다는 지적 또한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보수정책 없었으면 교육양극화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주장에서 또 이해가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련의 보수정책이 상류층의 교육기회 독점을 가져왔다는 주장인데요. 그렇다면 말입니다. 만일 최근의 보수정책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상류층의 교육 기회독점이나 양극화 문제와 같은 것이 없었을까요? 어차피 상류층은 재산이 많으니 자녀를 해외에 내보내서라도 좋은 교육을 시키려 노력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그럼 상류층의 해외유학까지 법으로 막을 생각이신가요? 평등교육을 위해서?

    또한 선생님의 논리는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평준화를 유지하면 교육양극화가 줄어들까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도 어느 정도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배려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선생님은 교육양극화를 막는다는 명분아래 평준화를 유지해도 학생들 간 격차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계시지요? 그럼 그 다음에는 뭐라고 하실 겁니까?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학생 간 격차가 발생하니 자본주의 체제를 포기하자고 하실 거지요?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이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엄연히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따라서 1명의 우수인재가 1만명을 위해 가치를 생산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우수인재 양성이 중요한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획일적이고 평등지향적인 현행 평준화 교육이 그런 우수인재 양성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평준화 교육에 대한 불만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해외로 내보내는데 차라리 그 돈이 국내에서 뿌려지면 국내 교육과 경제발전에 오히려 득이 된다는 이야기지요.

    선생님, 제가 고교 생활을 할 때에는 이랬습니다. 대부분의 고교생들이 수학2 같은 어려운 과목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사실 한 반 학생들 가운데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는 학생은 절반도 채 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평준화 교육의 현 주소입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잘 하는 학생대로 평준화 체제에 불만을 품고 사교육을 이용합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그들대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억지로 학교 수업을 듣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지요. 이러니 평준화 교육 체계를 수술할 필요가 있단 말입니다.

    송 선생님, 선생님은 전교조를 개혁 역행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말이 뒤집힌 것이라고 하셨지만 개혁이란 단어는 사람마다 다르게 쓸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같은 보수성향의 매체는 전교조의 입장을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전교조는 중앙일보의 입장을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개혁이란 뭔가 바꾼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더 보수적인 변화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