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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일 사설 '청와대가 아니라 국방에 신경 써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역대 국방부 장관들의 안보 고언(苦言)과 관련해 어제 한 기자간담회는 매우 부적절했다. 그 시기나 발언 내용을 보면 '국방장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다.
전직 국방장관 13명은 그제 현 우리의 안보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를 윤 장관에게 전달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논의가 왜 안보에 치명상이 되는지 여러 각도에서 논리를 폈다. 윤 장관은 "위로 잘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하루도 안 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요청하고 "작통권 환수는 한.미 양국에 실익이 있다. 2012년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는커녕 선배들의 고언부터 일축한 것이다. 누구 얘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 이 정권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 드러난 것이다.
전직 국방장관들은 윤 장관 못지않게 안보에 식견을 갖고 있다. 윤 장관의 경력에는 없지만, 작통권과 직결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장관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윤 장관으로선 '오죽했으면 선배 장관들이 이런 얘기를 할까'하고 스스로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은 태도다. 국방도 편을 갈라 한쪽은 안전하다고 하고 다른 쪽은 불안하다고 해서야 되겠는가. 이 나라 국방이 어느 개인의 코드에 따라 움직여서야 되겠는가.
"오래전에 장관 하신 분은 작통권 환수에 반대했으나, 최근에 나간 분은 그렇지 않았다"는 식으로 군 원로들의 편을 가르니 더욱 한심하다. 오죽하면 이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후배 장관에게 당부를 했겠는가.
국방부 장관의 1차적 임무는 '정치논리'가 군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장관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권력의 입김을 군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만 한다면 장관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의 안보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작통권 환수에 대해 역대 장관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갖고 있는 우려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