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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2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포항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경찰과 맞서던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8일 만인 21일 스스로 해산했다. 집행부와 간부들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불법 점거농성으로 국제 철강기업 포스코는 2000억원의 손실과 심각한 대외 신뢰 추락의 타격을 입었고 주민과 지역사회도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사제 화염방사기까지 뿜어대며 결사항전을 외치던 노조를 굴복시킨 직접 계기는 하루 전 정부가 잇따라 밝힌 강경방침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정부 대응은 예전과 다를 게 없었다. 점거 6일째인 18일 법무·행자·노동 3개 부처 장관이 “자진 해산하면 교섭을 주선하겠다”는 한심한 담화문 하나 내놓은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노동부장관이 20일 당국자론 처음 강제진압을 공개 언급했고 곧이어 청와대도 단호한 대처를 다짐했다. 그제서야 단순한 엄포가 아닌 것 같다고 느낀 노조원들의 결속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강경한 지도부도 손을 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불법과 폭력을 저지르는 집단이 도리어 큰소리치며 공권력을 농락하고, 불법과 폭력을 잠시 멈추는 대가로 협상과 선처, 사후보상을 요구하는 게 한국 노동계와 운동꾼들의 오랜 습성이다. 이번에도 노조 지도부는 해산을 앞두고 경찰에 노조원 무사 귀가와 집행부 체포 유보를 요구했다. 사용자측인 전문건설협의회엔 포스코가 자기네한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달라고 했다. 그랬다가 두 가지 모두 거절당하고 할 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 이것이 그간 있었던 비슷한 사태들의 결말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이제 정부는 무엇이 불법과 폭력을 진짜 끝내는 길인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경찰청장이 얼마 전 시위대에 구걸하려 했던 ‘평화시위 양해각서(MOU)’도 아니고 평화시위정착 민관공동위원회가 추진하겠다는 무슨 ‘사회협약’도 아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이 두 가지 법만이라도 있는 그대로 집행하면 된다. 지난달 미국에 간 FTA 반대 시위대가 보여줬던 얌전한 모습을 떠볼려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