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바람'을 7·11전당대회까지 이어가 당내 입지를 확실시 굳히겠다는 계획으로 전당대회를 겨냥한 한시적 모임을 만들었던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이 몰락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임을 재정비했다.

    중도성향 의원들과 함께 미래모임을 만들어 '미니전당대회'를 통해 독자후보를 내세웠지만 결국 참담한 실패를 맛본 수요모임은 자신들의 실패원인을 '세불리기'에서 찾았다. 19일 강화도 워크숍에서 모임의 새 대표로 선출된 남경필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확고한 정체성과 비전을 창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불리기를 한 게 가장 큰 패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개별 의원 차원에서 대여투쟁은 소홀히 하고 당내투쟁에만 힘을 쏟았다는 비판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으나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된 것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향후 대여투쟁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당내 소장파가 몰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미지의 대전환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모임을 해체하자는 주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내 투쟁에만 전념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언급을 일단 자제하기로 했다. 남 의원은 "당 지도부가 구성된지 얼마 안됐고 지도부가 의욕을 갖고 개혁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재오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대선후보 경선규칙 변경 요구에도 선을 긋고 나섰다. 남 의원은 "경선방식을 바꾸는 것은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 국민 눈에는 민심과 상관없는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이들은 국가적 중요한 현안에 눈을 돌리겠다고 주장했다. 개혁과 변화를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남 의원은 "국가적 현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노력을 할 것"이라며 "이는 (수요모임이)대안부재라는 한계를 뛰어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요모임은 ▲한미FTA ▲북한 미사일 문제 ▲부동산 조세정책 세 분야에 대한 TF팀을 구성해 모임의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당내투쟁이 아닌 대여투쟁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점은 눈에 띈다. 남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관한 정확한 비판을 위한 자료축적활동을 하기로 했고 이번 정기국회까지 충실히 준비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정확한 지적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요모임이 더 이상 '세불리기'가 아닌 모임의 재정비를 선택함으로써 미래모임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역시 미래모임의 유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세불리기'를 통해 뼈저린 실패를 경험한 만큼 개혁성향을 가진 소수인원을 통해 보다 선명하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찾겠다는 심산이다. 남 의원도 "독자적 색을 갖고 균형자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소위 남·원·정 트리오로 불리는 이들의 그늘을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다. 남·원·정이 수요모임의 대표 이미지로 만들어진 상황에선 모임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표를 정병국 의원에서 초선인 박형준 의원으로 교체한 것도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 남경필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고 원희룡 정병국 의원은 남 의원이 대표직을 맡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직전 대표를 맡았던 박형준 의원은 "그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도 남 의원을 선택한 것은,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3선 의원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대중성과 정치력이 있는 남 의원이 모임을 끌고가는 것이 가장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확인했듯이 대중성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남 의원 스스로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망설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의원이 '에둘러 가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남 의원의 정치력을 보여달라. 그래야 남 의원도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주문했는데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다"며 대표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수요모임은 남·원·정 이란 기존의 모임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언론부대표와 정책부대표를 신설했다. 남·원·정으로 쏠렸던 언론의 시선을 분산시켜 모임 이미지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