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칩거 닷새만에 공식회의 석상에 나타난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무복귀 하루만에 다시 회의에 불참했다.

    이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수해피해 지역에 대한 당의 지원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소속 의원들의 외유자제를 당부하는 등 마치 당 대표로 착각이 들 만큼 당무에 적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던 이 최고위원이 다시 하루만에 당무에 불참했다. 이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들과 당 지도부는 19일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모두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이 최고위원의 불참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나타냈다. 첫날부터 이 최고위원과 미묘한 신경전을 펼친 강재섭 대표는 "첫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었는데 박희태 의원과 이상득 부의장은 지역 수재복구에 신경 쓰느라 불참했다"고 말했을 뿐 이 최고위원의 불참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곤 "가능하면 최고중진회의는 비공개로 하겠다. 꼭 할 말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 측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의 불참이유는 7·26재보궐 선거 지원 때문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이 최고위원의 18일 공식일정이 재보궐 선거 지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고중진연석회의 불참이유가 재보궐 선거 지원 때문이란 이 최고위원측의 해명은 강 대표와의 갈등을 더욱 명확히 확인시킨 것으로 읽힌다.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대표가 "보궐선거는 후보 중심으로 치르고 당분간 수해복구에 관심을 갖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최고위원은 강 대표의 공식적인 지침에 반기를 든 것이라 볼 수 있다. 전날 회의에서 당 대표 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던 이 최고위원의 공식회의 불참은 전당대회 후유증만 재확인 시킨 셈이 됐다.

    당무복귀 전 '대선후보 경선 게임의 룰'변경을 주장하고 "특정주자 중심으로 당이 흐른다면 더 큰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해 둔다"고 경고한 이 최고위원이 본격적으로 강 대표와 전면전을 시작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