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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일 사설 '미국법은 무섭고, 한국법은 우습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노총·전교조·참여연대 등 300여 단체가 모여 만든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12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려던 시위대는 막아서는 경찰에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보도블록을 부숴 던졌다. 시위대가 해산한 뒤에도 일부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은 오후 1시쯤부터 밤 9시 무렵까지 완전히 마비됐다. 시위대 2만6000명과 전경 2만4000여 명, 수백 대의 경찰버스가 시청과 광화문 일대 찻길 대부분을 점령했고, 오후 5시부터는 광화문 네거리 전 방향의 교통이 통제됐다. 5시45분부터는 지하철까지 한 시간 이상 광화문역을 서지 않고 통과했다. 교통체증은 동대문 마포 삼각지 등 외곽까지 확산돼 시민들은 쏟아지는 장맛비 속에서 퇴근길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일주일 전 경찰청장은 범국본에 시위를 평화적으로 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고 공개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의 대표가 범법 가능성이 짙은 집단에 제발 법을 지키겠다는 각서 한 장 써달라고 애걸하다 뺨만 얻어맞은 꼴이다.
범국본은 한·미 FTA 1차협상이 열린 지난달 4~9일 미국 워싱턴DC에 원정시위대를 보냈다. 워싱턴 경찰당국은 시위용품으로 플래카드용 ‘얇은 나무막대’만을 허용하고, 경찰 통제선을 침범할 경우 즉각 체포하며, 경찰관의 몸에 손을 댈 때엔 발포까지 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경고했다. 시위대는 이 경고에 고분고분했다. 경찰이 허가한 가두행진 시간을 지켰고, 시위 허가 구역도 벗어나지 않았다. 우발적으로 법을 어기는 일이 생길까 봐 현지 법률을 잘 아는 변호사까지 데려갔다. 그랬던 사람들이 서울에서는 경찰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둘러대는 완전히 딴사람이 돼 버렸다. 미국법은 무섭고 제 나라 법은 우습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