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것은 박근혜 의원(이하 박씨)와 무궁화사랑의 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하기야 정치인과 지지하는 시민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다른지 한번 짚어보고 가자.

    ① 무궁화사랑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죄인이며 김정일에게 이용당한 친북좌파다
    → 따라서 김대중은 나쁘다

    ② 박씨

    박 대표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화해해야 집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과 관련, “김 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찾아뵈려고 했다”면서 “호남은 내가 대표가 되고 가장 많이간 곳 중 하나다”라고 말 했다 (2006.6.14 파이낸셜뉴스 ‘박근혜 대표 사학법 꼭 개정’)

    ③ 한나라당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도 "한반도 평화정착과 긴장 완화를 위해 6년전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회담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며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북핵문제 해결, 납북자 및 국군 포로송환 등이 이뤄지지 않는 등 6.15 정신을 제대로 계승.발전시키지 못해 아쉽다" 고 말했다.(2006.6.15 연합뉴스 ‘여야 6-15선언은 역사적 사건 평가’)

    이런 식으로 무궁화사랑과 박씨, 한나라당 간의 말이 엇갈리고 무궁화사랑의 주장이 어색하게 보이는 것은 무궁화사랑의 ‘친북좌파’ 주장이 오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너무 많은 사람을 적으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열린우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심지어 민주노동당 까지도 김정일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다들 김정일을 독재자로 본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김정일과 타협하고 싶어한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김정일과 타협하고 싶어한다고 비난해봐야 소용없다. 이는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민주노동당 지지자 가운데는 반미 정서를 갖고 있는 이들이 제법 많이 있는 편이다. 이들은 그래서 은근히 북한 편을 든다. 북한은 같은 민족인데다 그들 입장에서 못 마땅하기 짝이 없는 미국과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반미주의자들을 그렇게 대단한 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김정일을 좋게 보는 이는 우리 국민 가운데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남북관계 경색없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들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없이 그저 친북반미세력과 전쟁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은 풍차를 보고 돌격하자는 식의 돈키호테식 발상과 다름 아니다.

    김정일을 어떻게 제거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무궁화사랑에게 궁금한 것은 김정일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김정일을 제거하겠다는 것인가. 미인계로 김정일을 때려잡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람보를 보내 김정일을 암살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김정일이 죽으면 북한 체제가 변할 것 같은가?

    김정일이 죽어봐야 제 2의 김정일이 나타나 북한을 통치할 것이다. 군사평론가 지만원 박사는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북한 김정일이 죽었다고 해서 질서가 유지된 상태의 북한을 한국에 고스란히 갖다 바칠 자는 없다고 말이다. 지만원 박사의 말은 일리가 있다.

    오히려 북한 김정일의 죽음은 북한 체제 내부에 엄청난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엄청난 혼란은 곧 무엇을 의미하나. 내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 내전이 터지고 북한이 대혼란에 빠져들면 북한이 갖고 있는 생화학무기 같은 위험물자들은 전 세계로 유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을 막아야 한다. 그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에 들어가야 한다. 미군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그것을 무엇을 의미하나. 그것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

    그저 보수사회에서는, 특히 재야보수사회에서는 김정일에 대한 원성만 높이면 박수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냉정한 분석적 주장은 설 자리를 잃고 감정적인 주장만 찬사를 받는다. 이래서는 안된다. 보수사회는 이제 냉정히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극우 모험주의적 환상에서 깨어야 한다.

    무궁화사랑은 말을 분명히 하라. 아예 전쟁을 통해 김정일을 제거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김정일 암살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인가. 북한 내부에 주민봉기를 일으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것인가. 주장을 명확히 정리했다면 그에 따른 후속대안도 내놓기 바란다.

    북한 정권을 붕괴시킨 다음에 북한이 대혼란에 빠져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성매매 금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 가운데 이런 것이 있었다. 오물이 책상 위에 묻어있다고 가정하자. 이 오물을 파리채로 후려치면 오물이 사방으로 튄다. 여기 북한이란 오물이 있다. 이 오물을 미국이 파리채로 후려치면 북한이란 오물이 사방으로 튄다. 북한이 무질서 상태로 들어가면 북한이 갖고 있는 온갖 위험물자들이 전 세계로 튀며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북한 내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그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무궁화사랑의 전반적인 논리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앞서 지적한대로 자꾸만 발에 맞는 구두를 찾으려고 하지 않고 구두에 억지로 발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무궁화사랑은 글을 쓸 때 현실적인 근거도 부족한 상황에서 매사를 자기한테 유리한 방향으로만 생각한다. 가령 무궁화사랑은 절대 다수의 국민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한나라당 지지도는 45%에 달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민주당-민노당의 지지도를 합치면 대략 30% 남짓이다. 이것만 보면 무궁화사랑 식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대선 예비주자 지지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권과 야권후보 지지도를 모두 합치면 45% 대 35% 정도의 구도가 형성된다. 이 정도의 차이는 실제 대선정국으로 들어가면 거의 40% 대 40% 정도로 평행선을 이룰 구도이다. 지금은 현 정권에 대한 불만 때문에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형국이며 대선정국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후보자의 효과 때문에 정국은 또다시 반전된다. 지방선거 결과도 거품이 끼어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았고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란 반사이익에 한나라당이 힘입은 바 컸다. 이런 정국상황이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