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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참여연대가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150평 땅을 24억6000만원에 사들여 지하1층·지상5층짜리 자체 건물을 짓고 있다고 한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건물 이전에 대비해 모아왔던 12억원, 올들어 회원 募金모금과 기업 後援후원으로 마련한 5억원, 은행 융자 8억원 등으로 이 땅을 샀다는 것이다. 건축 비용 5억원도 은행 대출과 후원금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한다.
참여연대는 작년 전체 재정지출(13억6500만원)의 67%(9억1800만원)를 회원 1만3200명의 회비로 충당했다. 시민단체로선 보기 드물게 재정 독립성을 유지해 온 단체다. 1994년 발족 이후 정부 지원금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프로젝트로 연명하다시피 해온 다른 시민단체와는 이 점도 조금 격이 다른 셈이다. 그런 참여연대가 30억원을 들여 자기 건물을 갖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30억원이면 연봉 1500만원을 받는 시민단체 간사 20명의 10년치 월급이다. 그 돈이면 의미있는 활동 영역을 훨씬 넓힐 수 있다. 물론 셋방살이 시민단체로서 임차료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참여연대는 시민단체의 정신적 원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더구나 돈을 무리하게 모으면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사무실 이전 비용을 후원해달라며 850여 기업에 초청장을 보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일이 있다. 당시는 참여연대가 38개 재벌의 편법 상속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이었다. 아무리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말을 해도 기업인 눈엔 초청장이 청구서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시민단체로서 최소 윤리는 지킬 거라고 믿었던 국민들은 이때 적지 않게 실망했었다. 참여연대는 그런 국민의 믿음이 두 번 세 번 빗나가면 결국 국민의 마음도 떠나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사무실, 쾌적한 환경은 시민단체의 자랑이 못 된다.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면이다. 시민단체의 힘은 국민의 믿음과 지지에서 나오고, 국민의 믿음과 지지는 무소유와 명예로운 가난에서 나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