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7일 사설 '워런 버핏의 기부가 감동적인 이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내달부터 자신의 재산 374억달러(약 36조원)를 5개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올해 75세의 버핏 회장이 내놓는 돈은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의 85%에 이른다. 그 규모로 보면 과거의 기부, 예를 들면 미국 산업사를 빛낸 앤드루 카네기나 존 록펠러, 헨리 포드 등을 능가하는 사상 최대가 된다.

    더구나 이 기부금의 대부분인 310억달러를 자신의 자녀들 재단이 아니고 세계 1위 부자인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재단에 내놓는다는 데서 감동은 더 하다. 거액 재산가들의 아름다운 나눔과 결단을 보여주는 한 편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미 300억달러의 부부 자선재단을 만들어 제3세계의 교육·보건 수준을 높이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과 ‘우량종목·장기투자’원칙으로 거액을 번 버핏 회장은 25세의 나이 차이에도 이처럼 우정과 신뢰를 유지하는 또다른 전설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버핏은 부자이면서도 근검과 절약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일생에 걸친 재산 모으기는 청부(淸富)의 귀감이 되고, 나중에 그 돈은 어떻게 써야 한다는 수범 사례가 되고 있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건전한 이유는 제도의 합리에 덧붙여 자본가들의 완전한 자율 결정에 의한 기부가 일상화돼 있기 때문이다. 제도에 대한 신뢰와 재산가들에 대한 존경이 체제를 유지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에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빌 게이츠와 같은 첨단 정보기술(IT)의 대가가 되길 꿈꾸고 있다. 또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버핏과 같은 혜안의 소유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한국은 IT강국이고 또 금융 서비스업이 동북아 허브를 꿈꾸며 도약의 단계에 접어드는 나라다. 때문에 그 꿈을 이루는 인재들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다. 그 관건은 국가 사회 전체가 그런 제도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