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협의하자고 그제 북측에 제의한 군사 분야 8개 항에 서해북방한계선(NLL)이 포함돼 있다.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상호 군사적 신뢰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이런 회담도 필요하다. 그러나 왜 이런 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에 NLL이 포함돼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정부는 군 인사 교류 등 전반적인 군사적 긴장완화책의 일환으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옹'이다. 북측이 이번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과거보다 양보된 안(案)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북은 결국 현 NLL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현재의 남북관계로 볼 때 8개 항의 이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15년 전인 1991년에 이 사안들을 논의하자고 합의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다른 군사 긴장 완화책은 성사가 불가능한 것이 뻔한데 왜 우리 스스로가 그쪽의 의도를 알면서도 NLL 문제를 제기하는지 알 수 없다.

    NLL은 국제법적으로 남북 간 군사분계선이자 해상경계선이다. 북한은 73년 처음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20여 년간 NLL을 준수해 왔다. 그러나 휴전체제에 대한 도발의 하나로 NLL 문제를 들고 나오며 이 해역을 분쟁화하려고 시도해 왔다. 북한의 도발이 서해 5도 지역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것은 군 작전의 초보자까지도 다 알고 있는 일이다. 2002년 서해교전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런 북한의 의도가 과거부터 다 파악된 것인데도 이 정권은 북한의 뜻에 맞추어 이 문제를 논의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북한에 "NLL을 양보할 마음이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NLL은 우리가 피를 흘려 지킨 자유의 선이다. 단 한치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이 정부가 석연치 않은 논리와 말장난으로 현 NLL에 변경을 가하려 든다면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조건 없는 제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