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공천 비리로 코너에 몰리던 한나라당이 뜻하지 않은 열린우리당의 헛발질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국민이 경악할 만한 비리가 있다"고 주장한 열린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폭로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 

    이미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폭로할 경우 72시간 내에 그 사실을 입증해야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처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치공작금지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한나라당은 18일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국회에 제출하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공작정치진상조사단'이란 당 차원의 조사단을 구성해 최근 열린당이 저지른 공작정치의 사례와 실태를 파악할 방침이며 현재 법사위에 제출돼 있는 김대업씨와 설훈 전 의원 사건 등 지난 대선 당시 3대 정치공작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 처리도 요구할 계획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거듭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오늘 중으로 공작정치진상조사단을 발족시키고 최근 동호인 테니스 사건과 각종 흑색유인물 사건 등 열린당이 자행한 공작의 실상을 밝히겠다"고 밝힌 뒤 "이러한 공작이 열린당 지도부와 관계가 있는지, 당차원에서 이런 논의를 했는지 등도 조사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어제 얘기했지만 정치공작법을 오늘 중으로 제출하겠다"며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혹은 야4당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말한 뒤 "아울러 지난 대선 당시 김대업 등 여당의 3대 정치공작에 대해 특검법이 법사위에 제출돼 있다. 이 특검법을 4월 국회 중 처리하도록 법사위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당이 이명박 서울특별시장과 테니스 동호인들의 친목모임에 여성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선정적인 자리로 몰아가는 데 대해 "열린당이 정치적 시각을 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나이 많으신 테니스 선수도 있고 동호인들끼리 만든 자리를 마치 남녀관계로 보는 것은 여성을 상품화 도구화하는 것으로 한나라당 여성위원회는 오늘부터 그 진상을 조사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병국 홍보본부장은 "김 원내대표가 경악할 만한 비리라고 예고했던 것이 친목모임으로 밝혀졌다"며 "친목도모 모임을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모임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아주 치졸하다. 이번 흑색폭로는 열린당의 김대업식 폭로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열린당은 노란색도 보라색도 아닌 흑색"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이제 물러나야 할 때고 김 원내대표에게 '열심히 공작한 당신 이제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고 비꼬았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박근혜 대표를 비하하는 유인물이 국회 인근에서 무더기로 뿌려진 점을 거론하며 "선거기간이 시작돼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기엔 일련의 흐름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여당의 원내대표가 당의 유력대선주자에 대해 터무니없는 폭로를 하는가 하면 역시 당 대표에 대해 이런 치졸한 문건을 만들어 뿌리고 다니는 것은 대한민국 치안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한 뒤 "조만간 경찰청을 방문해 범인색출에 적극 나서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부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김한길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는 물론 정계은퇴까지 촉구했다. 이 부대변인은 "김 원내대표가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식의 허위폭로 게이트를 저질러 놓고 무책임하게 유감표명 한마디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 원내대표는 더럽고 지저분한 정치폭로를 주도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은 물론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며 "허위폭로정치로 정권을 훔치고 선거승리를 도둑질하는 시대는 지난 2002년으로 끝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당은 김한길식 허위폭로 외에도 김대업 설훈 기양건설 허위폭로에 대해 지금이라도 국민과 야당 앞에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