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30일자 오피니언면 '중앙시평'란에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인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가 쓴 '개혁적인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려면 개혁적인 보수 우파와 합리적인 진보 좌파가 공존 상생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보수 우파는 개혁적이지 못하고 진보 좌파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한쪽은 수구 꼴통이라 비난받고, 다른 한쪽은 사이비 진보라 매도당해 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양편에서 함께 반성의 기운이 일어 보수 우파에서는 뉴라이트운동이, 진보 좌파에서는 뉴레프트운동이 일어나게 됐다.

    참으로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나의 경우는 20, 30대에는 진보 좌파에 속해 있었으나 40, 50대를 거쳐 60 나이인 지금에는 보수 우파에 속해 있다. 세월 속에서 체험이 쌓이고 안목이 넓어지게 되면서 성숙되고 승화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내가 지난 1년여 동안 보수 우파에 속한 뉴라이트운동에 참여해 오면서 우리 사회의 보수 우파가 지닌 약점들을 느끼게 됐다. 이런 약점들을 스스로 개선 극복해 나가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보수세력은 미래의 역사를 주도해 나갈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직면한 약점의 첫째는 개혁정신이 너무나 약하다는 점이다. 보수세력이 제 몫을 감당하려면 그간에 이룩해 놓은 값진 것들을 지키면서도 그릇된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고쳐 나가는 자기혁신이 있어야 하거늘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보수세력이 누렸던 태평성대가 마냥 계속될 것으로만 착각하고 있다가 어느 날 안방까지 빼앗기는 낭패를 당했다. 지금이나마 이 땅에 보수세력이 살길은 오직 한길뿐이다. 뼈를 깎는 마음으로 자기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길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기성 정당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의 지금 형편이 어떠한가. 며칠 전 어느 분이 내게 말하기를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잘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야당인 한나라당이 내일에의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기에 자기는 이민 가고 싶노라 했다. 한때 한나라당에 참여했던 작가 이문열이 한 말이 생각난다. 자신이 한나라당에 참여할 결심을 할 때는 한나라당이 거함(巨艦)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폐함(廢艦)이더라고 한 말이다. 지금에나마 한나라당이 폐함이 아닌 날쌘 전함(戰艦)이 되려면 자기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둘째, 이 나라의 보수세력은 국가경영 내지 민족경영의 경륜과 비전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진보세력이 그러하지 못한 점은 새삼 언급할 나위조차 없으려니와 보수세력 역시 국가경영의 경륜이 부족하고 국민에게 미래의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다.

    셋째, 이 땅의 보수세력은 겨레의 운명을 판가름할 만한 여러 정책에 대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비난과 거부를 되풀이하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교육개혁과 통일정책에 관한 경우다. 사학법 개정안의 경우만 하더라도 국민의 다수가 개정된 사학법이 어디가 잘못된 내용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이는 야당을 위시한 보수세력이 국민을 설득하는 일에 실패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이제부터나마 자신의 이런 약점들을 고쳐 나가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눈앞에 닥친 지방선거가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거의 싹쓸이를 했으면서도 대선에서 패배했던 지난번의 경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경우 국민당의 장제스와 공산당의 마오쩌둥 사이의 다툼에서 장제스 군대는 거의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마지막 전투에서 패배해 대륙에서 밀려났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전투에서는 승리하고 전쟁에서 패배한다고 한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국지전인 지방선거에서는 승리하고 전면전인 대선에서 다시 패배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지닌 이런 약점들을 과감히 고쳐 스스로 전투력을 강화해 나가는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