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여당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하지만 탈북자들과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그들은 한나라당이 북한인권 문제를 보수층의 표 모으기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요덕스토리’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은 ‘브뤼셀 북한인권국제대회 성과보고회’와 ‘탈북여성 실태보고 및 자선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낸다.

    이계진 대변인은 29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제 북한 인권문제는 세계 각국의 관심사가 됐다”며 “그런데도 오히려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의 참여정부만은 북한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은 보편적 가치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북한 인권에 대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정권 쟁취는 상황에 따라, 국가에 따라, 대상에 따라 달리 주장될 수도 있지만 인권은 그것이 어느 나라이건, 대상이 누구이건 구분없이 보편적으로 제기돼야 한다”며 “수십 년 전에는 그토록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던 현 정부 몇몇 인사들이 유독 북한 주민 인권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요덕스토리 보면서 사진 잘 찍히려고만 하지 말고 진정성 보여라"

    그러나 큰 틀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탈북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한나라당이 자신들을 대변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이들의 불만은 29일 오전 북한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나라당 정책위원회가 마련한 브뤼셀 북한인권대회 보고회 자리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특히 서울에서 열린 제2차 북한인권 국제대회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많은 소속 의원들이 참석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더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3차 북한인권대회에는 제2정조위원장인 송영선 의원만이 자비를 털어 개인자격으로 참석했을 뿐 당 차원에서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실망한 모습이다.

    브뤼셀 북한인권대회에 한국측 대표단장으로 참석했던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유세희 공동대표(한양대 명예교수)는 “송 의원이 자비로 대회에 참석해 체면은 섰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여당은 북한인권 문제가 자신들의 뼈아픈 약점이어서 침묵한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작년 12월 서울 북한인권대회에 집행위원장을 맡았었는데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하겠다며 연락이 많이 왔었다”며 “그렇게 비상한 관심을 보이더니 이번 브뤼셀 대회에는 한명만 자비로 참석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작년에 북한 인권 관련 5개 법안을 발의했지만 열린당과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고 한다”며 “북한인권 관련 NGO와 의견을 교류해 밖에서 열린·민노당에 압력을 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취할 수 있음에도 한나라당은 가만히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덕스토리 관람 가서 사진만 잘 찍히려고 하지 말고 지속적인 활동과 조직화로 진정성을 보여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 ‘북한 주민의 인도적 지원 및 인권증진에 관한 법률’ ‘납북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 ‘북한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군포로 송환을 위한 ‘국군포로 등에 관한 법 중 일부 개정 법률안’만이 ‘국군포로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국회를 통과했을 뿐이다.

    탈북자 김태산(2002년 탈북, 50)씨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는 정부를 세우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단결해야 한다”면서 “선거 때만 앞에서 알랑거리고 술자리에서 여자 가슴이나 만지면서 당을 망신시키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는 “북한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세를 들이대고 있다”며 “한나라당이나 박 대표를 헐뜯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노무현 같은 사람을 또 세우기를 바라고 있는데 한나라당이나 우파들이 하는 것을 봐서는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