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김씨가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뛰어난 두뇌를 가졌기에 어떻게 보면 자신과 매우 이질적일 수 있는 한나라당이란 집단에서 살아 남아 온 것이다. 그렇지만 김씨의 온라인 선거전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한마디로 좀 엉성하다는 느낌이다.

    지난 번에 이야기했던 대로 각 후보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보면 그 후보가 선거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제부터는 김씨의 홈페이지를 보고 하나씩 문제점을 지적해 보도록 하겠다.

    ① 뚜렷한 메시지 없는 김씨 웹사이트

    먼저 김씨의 속내는 인물 대 인물 선거를 원하는 듯 하다. 김씨의 홈페이지를 보면 정책은 밑에 가 있고 김씨의 얼굴이 잘 보이게 올라 있다. 그리고 ‘이제 경기도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오른편에 나와 있다.

    일단 김씨 홈페이지의 문제점은 홍준표 의원의 그것처럼 ‘아파트 반값’과 같은 뚜렷한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대로 인물 중심의 선거로 밀고 가려는지 김씨의 사진을 크게 올려 놓았다.

    김씨의 인지도가 높고 열성 한나라 지지층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 조치로 보이지만 아주 좋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우선 경기도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이슈를 발굴하고 간단한 메시지로 경기도민들의 가슴을 찔러야 한다.

    단순히 규제를 풀겠다는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규제를 풀겠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② 막연한 공약들

    김씨의 다음 문제점은 김씨 웹사이트 하단에 나와있는 ‘경기도 10대 과제’이다. 김씨가 내세운 과제들은 대중들 입장에서 보면 짜릿하게 와닿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어디선가 들어 본 듯 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뒤가 안 맞는 부분도 있다. 과제 4를 보면 비무장지대에 평화-인권-관광특구를 조성한다고 한다. 그런데 김씨는 세칭 극우집회에 참석하는 등 대중들이 볼 때는 강경보수인사로도 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비무장지대에 평화-인권-관광특구를 조성한다니? 얼른 생각하면 앞뒤가 안 맞는다.

    김씨는 최근 수퍼노트(북한 위조달러)를 입수했다고 밝히는 등 북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북 인권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비무장지대에 평화-인권-관광특구를 조성한다면 북측의 동의나 지원없이는 쉽지 않을 텐데, 북한 비판에 앞장서 온 김씨가 이런 공약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북한 비판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북한에 대해 비판을 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스탠스와 비무장지대 개발론이 서로 어색하다는 이야기이다.

    더 이야기하면 김씨의 ‘보수색’도 지방선거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김씨 캠프에서까지 비무장지대 개발론을 들고 나올 정도니 남북 화해협력이란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완전히 자리매김을 했다. 더군다나 문제는 올 6월에 DJ의 방북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6월 방북이라면 지방선거와 끼워 여당 측은 미리 방북 분위기 띄우기 작업을 벌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여당 측 경기지사 후보가 진대제 전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북한 IT개발 등을 이야기하며 올라가는 화해무드를 이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식의 여당 측 공격에 지금의 김씨는 대책없이 당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전국적인 화해협력무드 속에서 북한 인권을 이야기해봐야 헛일이 아닌가.

    김씨 캠프, 홈페이지 제대로 살펴라

    김씨 캠프 측에서 선거전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징후는 홈페이지 관리에서도 드러난다. 김씨 홈페이지의 ‘정책칼럼 2’ 상단을 보면 ‘경기도가 서울 뒷마당인가’하는 제호 아래 ‘서울시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버스의 증차를 막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문제는 ‘경기도가 서울 뒷마당인가’하는 표현이 경기도와 서울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마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서울시장이 이명박 서울시장이란 이야기이다. 이것도 상식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다. 대중들 사이에서는 김씨와 이 시장이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버스 노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대중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납득이 안되는 문제다. 이 문제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다.

    김씨의 버스 노선 문제 논평을 살펴보면 서울시 측이 교통체증을 줄인다는 이유로 경기도 출발 서울행 버스 노선 증차를 불허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 측의 공식적인 명분은 그렇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이해관계 갈등이 숨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버스 증차를 막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환승해 들어가는 승객 수요가 줄어들 것을 서울 버스업계가 우려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교통체증 문제도 이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서울 버스 갈등 문제는 서둘러 김씨와 이 시장, 한나라당이 빨리 풀어야 할 문제다. 홈페이지에 걸어놓고 이슈로 삼는다고 한나라당에 득될 것 없다. 오히려 여당 캠프에서는 이 시장의 서울시가 경기도 주민들을 무시한다고 주장할 것이 뻔하다. 서울시민들을 위한 청계천 사업에는 돈을 뭉치로 갖다 쓰면서 경기도민들의 편의를 위한 버스 노선 증차에는 무관심하다고 말이다.

    한편 김씨의 홈페이지를 전반적으로 보면 대체로 평범하다. 그러나 ‘김문수 진실게임’의 경우 충분한 분량이 들어있지 않아 썰렁한 느낌을 주며 김씨의 저서 내용을 좀 많이 공개하는 것이 볼거리 강화를 위해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메인 페이지 하단에 있는 김문수 10대 과제에 나와있는 ‘메인’이동 버튼은 클릭이 되지 않는다.

    인간 김문수는 없고 정치인 김문수만 있다

    선거 교과서에서는 보통 7번 얼굴을 익혀야 유권자들이 비로소 후보자를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고 후보자는 한번이라도 직접 대화를 나눠 본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후보를 대중들은 선택한다는 말이다.

    김씨 측은 워낙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홈페이지에 그리 많이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눈치다. 당장 김씨는 노동운동 시절의 이야기, 정치 입문 시절의 이야기 등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읽을 거리들을 많이 홈페이지에 배치해 둘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있다. 그래서 김씨의 홈페이지에는 정치인 김씨만 있고 인간 김씨는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 김씨의 진솔한 이야기가 있어야 김씨의 사이트가 자랄 수 있다. 그냥 형식적인 정치인 김씨의 자료만 갖고는 김씨의 사이트는 쑥쑥 자랄 수 없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정치인 홍준표를 떠나 인간 홍준표에 많은 이들이 관심과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홍 의원의 경우 차가운 인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과거 경력에서 느껴지는 호감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에게 우호적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주자를 진대제 전 장관이라고 가정해보자. 김씨는 진 전 장관(이하 진씨)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김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씨 뿐 아니라 반 한나라 세력 전체, 혹은 반 보수세력 전체와 맞서야 할 것이다.

    진씨는 여당 후보이고 김씨는 야당 후보이다. 진씨는 이 강점을 살려 큰 이슈를 내놓는 것으로 전세를 뒤집으려 할 수 있다. 삼성 출신이란 점을 내세울 것이고 경기도를 IT천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전문성을 내세울 것이다.

    반면 김씨는 진씨에 비해 정책에 관해 전문성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적다. 경기도지사가 되어서 북한 인권 운동에만 매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중앙정부와의 투쟁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바로 이 점이야 말로 김씨의 중대한 약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