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여기자 성추행이란 뜻하지 않은 악재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5·3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진 터라 한나라당이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고 무거운 책임을 떠 앉고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표일 것이다. 특히 '선거 리더십'이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며 이번 5·31 지방선거를 통해 침체돼 있는 자신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던 박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박 대표가 '최연희 의원의 당직사퇴 및 탈당조치' '대국민 사과'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등 이번 사건에 대해 어느 때 보다 신속하고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사건은 쉽사리 해결될 분위기가 아니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타 정당은 이번 사건을 정치쟁점화 시키려는 모습이고 여성단체는 28일 박 대표를 찾아 최 의원에 대한 제명 등 중징계 요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주장하며 박 대표의 목을 죄고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돌파할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내 '전략통' '기획통'으로 불리는 의원들 역시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한숨만 내쉴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있지만 지금 현재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대국민 사과에 소속 의원을 징계조치하고 사실상 당헌에 따라 최 의원을 탈당시켰고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 부분은 본인이 결정할 부분이다. 국회 윤리위에 제소까지 한 마당에 의원직 사퇴까지 주장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이 개인적인 책임을 더 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최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통해 부담을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침체돼 있는 당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묘책이 있느냐'는 질문엔 "아이고! 아이고! 한숨만 쉬게 만드네요"라며 답답함만 토로했다.

    이는 박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도 마찬가지. 유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만나 "당분간 당이 힘들어 질테지만 어찌할 방법은 없다"며 답답해 했다. 유 의원은 "자정 결의대회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당분간은 국민들에게 비판받고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다 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 총장이 탈당을 했고 당은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 주장에 대해선 "의원직 사퇴여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도 떨어지고 박 대표도 힘들어지겠지만 어찌할 도리는 없다"고 했다.

    박형준 의원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당이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문제다. 다시 이런 일이 터지면 탄핵역풍 이상으로 당이 힘들어 질 것이고 박 대표도 이번 사건을 단호하게 정리하고 당 문화 쇄신을 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의원도 "특별한 대책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곤혹스러워 할 뿐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