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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나라당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들이 여러번 일어나고 있다"
"절대로 다시는 국민에게 지탄받는 언행이라든가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2월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최연희 성추행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 중에서)뜻하지 않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핵폭풍'을 맞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순탄할 것으로만 관측되던 5.31 지방선거에서 큰 암초를 만난 한나라호(號)를 구하는 것은 물론, 최근 주춤하고 있는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지지율을 함께 끌어올려야하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지난 24일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사건의 조기수습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사건 당일 먼저 자리를 뜬 박 대표는 다음날인 25일 보고를 받고, 해당 여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다"며 "대신해 백배사죄 드린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박 대표는 또 26일 해당언론사의 편집국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최 의원에게 경위를 들은 뒤 스스로 모든 당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수용,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공당의 고위 당직자로서 응분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는 데 아무 이의가 없었다"며 당시 '침통한 분위기'를 알렸다.
'성추행 핵폭풍'에 즉각 대국민 사과, 국회윤리위 제소 등 '정공법' 대응언론을 통해 국민앞에 알려지게된 27일 박 대표는 주저없이 대국민사과를 발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박 대표는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생긴 데 대해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신속한 조치를 약속하고 국민앞에 머리숙여 사죄했다.
이날 박 대표는 오전 두 차례에 걸쳐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허태열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으며, 최 의원의 징계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곧바로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에 나섰다. 징계방안을 논의하던 중 최 의원이 공식 탈당계를 제출함으로써 결국 당 윤리위 차원의 징계 논의는 일단락됐지만, 최 의원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키로 결정, 국회 차원의 징계를 밟게됐다. 당 대표로서 구차한 변명보다 확실한 사과와 단호한 일벌백계로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이다.박 대표는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끈질긴 '대연정' 구애에도, 여당이 끊임없이 제기하던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에도 명확하고 강경한 '정공법'으로 맞서왔다.
'박풍'으로 선두탈환 기대하는 박근혜, 지방선거 악영향 방지 부심최근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에 밀려, 3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표는 오는 지방선거에서 또한번 '박풍(朴風)'으로 선두탈환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일 박 대표는 자민련과의 전격 통합을 선언, 행정수도이전 등으로 대립했던 충청권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후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일주인 전과 비교, 12%포인트나 오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한-자 통합'의 과정에서 박 대표는 통합발표 일주일 전 쯤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를 초청,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와 김 전 총재는 '한-자 통합'이라는 큰 틀을 정리한 것으로 관측되며,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자 통합' 성사의 배경에 '박근혜-김종필 핫라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가깝게는 지방선거, 멀게는 대선행보를 내다보는 박 대표로서는 행정수도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이 시장을 견제함과 동시에 충청권 교두보를 선점하는 효과를 다 얻은 셈이다. 또 오는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이 시장이나 '장외 활동' 중인 고 전 총리와 달리 박 대표는 당 대표로서 선두에서 지휘하게 되는 만큼 지지도를 끌어올리는데 유리한 입장이다.
'갈 길이 바쁜' 박 대표에 이번 '성추행 파문'은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내 '반박(反朴)' 세력의 정풍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표의 '정공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