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표가 여성이면 뭐하고 호남에 공들이면 뭐하나"

    한나라당 당직자가 긴 한숨을 내쉬며 이처럼 말했다. 느닷없는 '이회창 전 총재의 김대중 전 대통령 비판' 전여옥 전 대변인의 'DJ 치매 발언 논란'에 이은 최연희 사무총장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 잇따른 악재로 한나라당은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최근 지지율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계속되는 어이없는 실수로 죽을 맛이다. 박 대표는 다음 달 7일 일본 방문, 대학강연 등 대외활동 재개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꾀하던 터라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매우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최근 서울 용산 초등생 성추행 피살 사건 이후 성추행과 성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이번 성추행 사건이 불러올 파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5.31 지방선거는 물론 2007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한나라당은 성범죄자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전자팔찌법'과 '화학적 거세' 입법을 주장하는 등 성범죄에 대해 어느 정당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터라 입장은 더욱 난감해진 상황. 게다가 당 대표가 여성인 정당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박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개 대국민 사과를 하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박 대표는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생긴 데 대해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요즘 우리 한나라당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들이 여러 번 일어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박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표명한 뒤 회의 시작 5분도 채 안 돼 회의를 비공개로 돌리는 등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회의에 참석한 당직자들 역시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닫았다. 비공개 회의 브리핑을 하기 위해 기자실을 찾은 이계진 대변인 역시 브리핑 내내 거듭 사과를 표명했고 기자실을 찾은 이정현 부대변인 역시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앞으로 무슨 일이 또 터질 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최 총장의 당직 사표를 수리하고 윤리위원회의를 긴급 소집해 최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성 의원들은 최 총장의 의원직 사퇴까지 주장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진수희 공보부대표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어떤 변명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최연희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진 부대표는 "최 총장이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당 지도부는 제명 및 출당 조치를 해야 하고 아울러 그 날 동석했던 당직자들도 책임지고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강공을 펼치고 있다. 진 의원이 최 총장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의 나머지 여성 의원들은 '당윤리위원회 제소' '징계' '대국민 사과'를 주장하고 있다.

    박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는 여성 의원들의 이 같은 요구에 긴급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징계수위를 논의중이다. 당 지도부는 한결같이 이번 사건에 대해 "단호히 처리하겠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당이 최 총장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가지 밖에 없어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여성의원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최 총장의 성추행 파문에 열린우리당은 물론 민주당, 민주노동당도 최 총장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박 대표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 뿐만 아니라. 해당기사가 게재된 동아일보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는 물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도 최 사무총장과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댓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의 비난수위는 최근 전여옥 의원의 '치매' 발언 사건까지 겹치며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네티즌들은 전자팔찌법안을 주장한 한나라당을 향해 "한나라당은 먼저 최연희 한테 팔찌를 채워라. 지지율 높다고 XX를 하는구나"(아이디 vision8724)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최 총장에 대해 출당 및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등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편 박 대표 주재하에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문책수위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했고 후임 사무총장엔 허태열 의원을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