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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일자에 실린 사설 '해방전후사 재조명을 환영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980년대 좌파 운동권의 역사 교과서였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보수 우파 지식인들이 비판적으로 기술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27년 전 처음 나온 '해전사'는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되면서 386세대의 역사관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386세대뿐만이 아니다. 80년대 군사독재의 긴 터널을 지나온 세대에게 '해전사'는 청량제 같은 존재였다. 한국전쟁 이후 숙명적으로 우편향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에 대한 반발로 새 방향을 제시하는 듯했다.
그러나 '해전사'가 좌파민족주의 이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실증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해방 전후 공간에서 불가피했던 시대 상황을 애써 외면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가령 이승만 정권의 출범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중도좌파의 여운형을 높이 평가한 것 등이 그렇다. 당시 이승만이 없었다면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아예 무시했다. 이런 시각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우리 사회는 좌편향을 걱정할 정도가 된 것이다.
이런 점을 수정, 보완하기 위해 보수 우파 학자들이 '재인식'을 집필키로 했다고 한다. 역사를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시켜 객관화하려는 이 같은 노력은 환영할 만하다. 그간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인식은 너무 이념에 얽매여 있었다. 좌와 우 모두 이념 과잉으로 흘렀던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나마 90년대 들어 소련의 붕괴와 독일 통일을 계기로 사회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등 이념논쟁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굳이 헤겔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역사는 '정(These)'과 '반(Antithese)'의 투쟁을 통해 '합(Synthese)'을 만들어 내며 발전한다. 학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전사'가 반공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이었다면, '재인식'은 좌파가 판치는 지금 세상에 대한 '반'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해방전후사는 물론 현대사 전반에 대해 이념의 색채를 뺀 객관적.과학적인 토론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