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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유령 당원’ 사건에 대해 야 3당은 9일 일제히 “반개혁적 모습이 드러났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당비 갈취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전무후무한 집권당의 범죄행위로 책임자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집권당인 열린당이 본인의 의사도 듣지 않고 서울 봉천동 노인들을 몰래 당원으로 가입시킨 후 통장에서 당비 명목으로 돈을 인출해 갔다”며 “검찰은 즉각 수사를 착수해 통장 번호를 입수한 경위와 그동안 총 얼마를 갈취해 갔는지 그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열린당의 재정 사정이 그토록 어려운지, 야당도 살아가고 있는데…”라며 “열린당이 봉천동 노인들을 상대로 해서만 이런 돈 갈취행위를 저질렀는지 아니면 전국 단위에서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밝혀진 것만 가지고도 열린당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그동안 정치개혁을 한답시고 모든 민생을 다 팽개쳐 온 노 대통령은 열린당의 노인 돈 갈취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희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현 집권층인 정부가 개인들의 정보를 모두 공개해서 열린당에 노출시켰다”며 “노인들이 받는 얼마 되지 않는 교통비가 당비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동사무소 직원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열린당에 가서 물어보라고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과열된 만큼 소속 의원이나 핵심당직자들이 (당비를) 강제 징수하는 일종의 세금과 같은 나쁜 버릇들만 남아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최근 청와대와 현 정부의 한심스런 작태에 이어 열린당도 같은 수법으로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민주 "기간당원제, 당의 권력투쟁 도구로 전락"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열린당이 내부적으로 많이 부패해 있다는 증거”라며 “현행법에도 어긋나는 만큼 선관위와 검찰에서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열린당이 이른바 정당 개혁의 일환으로 기간당원제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이미 당의 권력투쟁 도구로 전락했다”며 “당내 권력 투쟁이 워낙 격화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여러 편법과 불법은 열린당이 내부적으로 많이 부패해 있다는 증거이고 이번에 나타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몇 달 전에도 밝혀졌듯이 죽은 사람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백골당원, 당비대납, 종이당원 등등 그 양태가 상당히 복잡하고 대단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봉천동의 경우 노인 중에서도 영세민들의 교통보조금, 최저생계비 등에서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당비를 강탈했다는 점에서 벼룩의 간을 빼먹은 사건”이라며 “열린당은 지난번 총선에서 노인들은 투표할 것 없으니 집에서 쉬라고 해놓고 노인들에게 당비를 뺏어 가는 것을 보니 노인과 별로 인연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비꼬았다.
민노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적 거센 비판 면치 못할 것"
민주노동당도 “매우 비윤리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검찰 수사 촉구에 한목소리를 냈다.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열린당의 당비대납, 몰래당원 가입, 종이당원 대량등록 등 구태의연한 모습은 반개혁적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며 “열린당이 사실상 당원 직접 선거의 민주주의조차도 부정하는 비민주적, 반개혁적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열린당은 이 문제에 대해 자체 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지 당내 문제로 끝낼 것이 아니다”며 “현행 정당법에 의하면 본인 의사에 반해 정당에 가입시킨 행위자체가 형사 처분의 대상이고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린당은 자체 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 검찰 조사를 요구하고 문제를 일으킨 책임자를 직접 고발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노력 없이 또 한 번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적 거센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