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에 대해 여론 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에게 까지 몰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에 내정된 정세균 의원(전 당의장 및 원내대표)행보가 개각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당의장과 원내대표직을 맡으며 사실상 당 운영의 모든 키를 쥐고 있던 정 의원의 갑작스런 입각으로 열린당은 초유의 지도부 공백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정 의원이 3일 조환익 차관 등 산자부 1급 이상 간부 6명과 서울시내 모 음식점에서 만찬을 했기 때문.

    여당 당의장과 원내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던 정 의원을 당과 아무런 상의없이 내정시킨 데 대한 여당 의원들의 불만이 가득한 가운데 정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불난집에 기름을 부은 격.

    5일자 국민일보에 따르면 정 의원은 3일 산자부 간부와 상견례를 겸한 축하인사를 위한 만찬을 갖고 일정은 개각 발표 직후 급하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장관 내정자가 업무현황 파악을 위해 부임할 부처 간부들과 접촉을 갖는 것은 '부지런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한 일이지만 정 의원의 만찬시점이 '청와대가 당을 우습게 안다'는 의원들의 비난으로 당이 아수라장이 된 상황인 터라 의원들은 더욱 격앙하고 있다.

    결국 정 의원은 당이 개각파동으로 격랑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산자부 간부들로부터 상견례를 겸한 축하인사를 받은 셈이며 밥값도 정 의원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청와대의 '당 의장 징발'로 제대로 축하도 못하게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는데, 그 시각 정 의원은 산자부 간부들과 밥을 먹고 있었던 것 아니냐" "딸이 시집도 가기 전에 시댁부터 먼저 챙긴다는 느낌" 등 여당 의원들의 발언을 인용, 정 의원 행보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심경을 전했다.

    장영달 의원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노골적으로 정 의원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장 의원은 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각 관련, "당의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 본 결과 당청 소통이 안 됐던 데에는 우리 당 내부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정세균 의장이 혼자 알고 있으면서 당청 소통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개각에 대한 당-청간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정 의원 자신의 인사문제가 걸려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정세균 의장과 얘기했을 경우 자신의 인사 문제이다보니 얘기를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본인 문제라 설명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원웅 의원도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세균 의장이 자신의 입각에만 매달려 이미 알고 있었던 개각 관련 사실을 당에 알리지 않고 당청 조율을 사실상 포기해 소통을 막았다"며 "정 의장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