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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일자 오피니언면 '중앙포럼'에 실린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목사(두레공동체 대표)의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경륜(經綸)을 중요시했다. 조선왕조는 건국 초에 '경국대전(經國大典)'이란 경륜서를 편찬해 후손들이 국가경영에 교본으로 삼도록 했다. 율곡 선생은 임진란이 일어나기 10년 전에 10만 건군(建軍) 안을 입안해 조정에 제안했다. 10만의 상비군을 상설하되 중앙에 2만, 8도에 각 1만을 두고 농번기에는 집에서 농사를 짓게 하고 농한기에는 소집해 군사훈련을 받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때 조정이 율곡 선생의 경륜을 채택했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경륜은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알려져 있는 듯하다. 몇 해 전 일본에 갔을 때다. 도쿄대의 한 교수가 "200년 전에 조선왕조가 다산 선생의 경륜을 인정해 재상에 앉혔더라면 일본이 조선의 종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호치민은 다산의 경륜에 심취해 '목민심서' 48권을 늘 곁에 두고 수시로 읽곤 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들어 겨레 사정이 100년 전 조선이 망하던 때와 흡사하다는 말이 들린다. 그렇다면 그 어느 때보다 국가경영 내지 민족경영에 경륜이 필요한 때다. 지도자들의 경륜이 있고 없음에 따라 나라의 흥망이 좌우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화혁명으로 만신창이가 된 중국에 덩샤오핑이 등장해 오늘의 중국을 열었다. 한 사람의 경륜이 중국을 살려낸 것이다. 싱가포르의 리콴유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도 마찬가지다.
지난날의 아일랜드는 유럽의 쓰레기통이라 불릴 만큼 침체된 나라였다. 가난과 다툼, 실업과 범죄가 만연한 나라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경륜 있는 한 지도자가 등장했다. 그가 국가경영의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 이래로 불과 15년 만에 아일랜드는 유럽의 모범 국가로 발돋움하게 됐다. 지금은 국민소득이 무려 3만 달러로 치솟고 외국 기업들이 줄이어 들어오는 나라로 바뀌었다.
아일랜드를 변화시킨 내용을 들어보면 간단하다. 다음의 세 가지 정책을 일관되게 실천한 결과다. 첫째는 세금을 과감히 낮추었다.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면 나라 살림이 윤택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는 그 반대다. 그런 생각은 하수들의 생각이다. 세금을 적게 거두고 기업의 사기를 높여주는 이른바 '작은 정부, 큰 시장' 정책이 효율적임은 이미 검증된 바다.
둘째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했다. 열 가지 규제들 중에 두서너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철폐했다. 규제공화국이란 악명까지 붙은 우리나라가 꼭 본받아야할 정책이다.
셋째는 영어교육을 혁신했다. 그전에는 속좁은 민족주의가 넘쳐나 아일랜드어를 사용하면 애국자요, 영어를 잘하면 애국심이 없는 사대주의자로 지탄받는 풍토가 있었다. 그러나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가 영어교육을 국민 속에 강화하는 것을 아예 국가정책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지금은 국민 전체 중 70% 이상이 영어를 일상어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렇게 되니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는 노동력을 따라 외국 기업들이 모여들게 됐다.
우리라고 경륜 있는 지도자가 없겠는가. 다만 찾아내지 못하고 뽑아 세우지를 못했을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가 중요하다. 민주사회는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세우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에 선거가 있다. 다가오는 두 번의 선거에서 경륜 있는 지도자를 뽑아 세워 겨레의 밝은 내일을 도모함이 유권자들인 우리들 국민의 몫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정치학에서 "어느 나라든 그 나라 국민의 수준만큼의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니겠는가. 2006년 새해를 맞으며 나랏일 중에 다른 어떤 일보다 경륜 있는 지도자를 세우는 일이 가장 앞서야 할 것임을 거듭 강조코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