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름째 이어지고 있는 한나라당 사학법 무효화를 위한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대표 외에 또 다른 ‘여전사’가 장외투쟁의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장외집회에서 촛불점화식을 거행할 때마다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전여옥 의원이다.

    전 의원은 사학법에 대해 ‘정권연장 음모’ 등 일반인이 듣기에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단어들로 연설을 하는 다른 의원들과 달리 “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사학법을 반대한다”는 생활과 밀접한 ‘아이템’을 선택, 사학법의 문제점을 일반 시민들이 좀 더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만여명이 모인 대구 집회에서도 전 의원의 카랑카랑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내레이션은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방송기자 출신에 오랜 대변인 생활을 했던 전 의원이 그만의 '특기'를 백분 발휘한 것이다.

    이날 한나라당이 집회 장소로 선택한 대구 동성로는 백화점 등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장소가 너무 협소해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집회가 진행되는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전 의원의 내레이션이 시작되자 집회 장소는 순간 ‘침묵’이 흘렀으며 엄숙함마저 느껴졌다.

    “이 자리에서 고백한다.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고백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내 자신이 사람이 됐다. 길에 엎어진 남의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들은 잘 먹이고 잘 입히기 위해 모든 수모와 아픔을 참고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고 아이들을 키웠다.

    지금 이 새벽 불빛은 우리의 힘으로 밝힌 것이고 중동의 모래바람이 섞인 주먹밥을 안주삼아 눈물로 먹었던 사람들이 일군 것이다. 우리 누이들이 서양 사람들의 똥오줌 받아가며 일군 대한민국이다.

    이런 대한민국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들의 제물로 바칠 수는 없다. 그들이 무엇을 했는가.

    나는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돈이 많은 사람의 근면함을 칭송하고 출세한 사람의 땀과 눈물을 칭송할 줄 아는 아이로 가르치고 싶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폄하한다. 아이들을 반미 주사파로 키우겠는가.

    아이를 낳을 때 그 순수한 얼굴을 보면서 약속했다. 친북반미주의 주사파가 가득한 광기의 시대에 제물로 바칠 수는 없다고.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두려운 것이 없다. 어둠의 시대, 광기와 오면, 편견의 시대에 촛불로 길을 밝히자. 부모이기 때문에 사악한 사악법을 반대한다. 촛불처럼 끝까지 태우자”


    멀리서 전 의원의 얼굴은 보지 못한 채 이 같은 내용의 내레이션을 전 의원의 목소리로만 듣던 한 시민은 지금 연설하는 사람이 누구냐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또한 몇몇 아주머니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당내에서도 '역시 전여옥이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소란스럽던 집회 분위기는 전 의원의 내레이션으로 숙연함이 감도는 분위기로 정리됐으며 전 의원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박 대표의 비장한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작용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