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용수·인력 대책은 말뿐대통령은 "유도-유인"이라 하지만 기업엔 "강압-위협"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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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에 800조 반도체 공장 투자가 발표됐다. 과연, 호남에 그런 투자를 받을 준비가 돼있는가? 정부는 다 알아서 한다고 큰소리 치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 챗GPT
■ 너무 절묘한 타이밍6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호남권 800조 원 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바로 다음 날인 30일에는 광주를 방문해 이를 직접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헬기를 타고 태양광 단지를 둘러보는 장면까지 보여줬다.강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행보다.문제는 시점이다.8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이번 전당대회는 권리당원-대의원 표 비중이 1 대 1로 확대된 첫 당대표 선거다.권리당원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민주당 권리당원 가운데 약 3분의 1이 호남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이런 상황에서 호남을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발표가 나왔다.정말 우연일까.■ 투자보다 먼저 필요한 것반도체 공장은 발표로 돌아가지 않는다.전력, 물, 사람이 있어야 한다.호남은 이 세 가지 모두에서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첫째, 전력이다.초대형 반도체 공장(Fab)은 24시간 안정적-대용량 전력이 필수다.삼성전자 2기, SK하이닉스 2기 등 총 4기의 공장을 돌리려면 6.3기가와트(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원전(총 6기)의 설비용량이 5.9GW.원전 6기가 추가로 세워져야 한다는 말이다.발전소만 있다고 되지 않는다.초고압 송전망과 변전소, 전력망(파워 그리드) 계통 보강이 선행돼야 한다.이런 송전망 구축엔 주민 협의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며 통상 8~15년이 소요된다.둘째, 용수다.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양의 초순수를 사용한다.광주·전남은 최근에도 장기간 가뭄으로 생활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이다.정부는 광역용수망 구축과 하수재이용 등을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 공급 로드맵과 소요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해선 침묵중이다.셋째, 인력이다.반도체 산업은 숙련된 연구인력과 공정기술자, 소재·부품·장비 협력기업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호남에도 관련 대학과 연구기관이 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단기간에 뒷받침할 수준의 인력과 산업 생태계 구축에는 역부족이다.충북 청주 하이닉스 공장도 현재 만성적 인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급인력들이 충청권만 해도 가려하지 않는다고 한다.그런데 호남?■ 기업은 누구를 보고 투자하는가자유시장경제에서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다.기업은 정치가 아니라 시장을 보고 투자한다.수익성, 기술, 공급망, 인력, 물류, 주주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정상적인 투자 의사결정이다.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기업 총수들을 잇달아 만나고, 국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모습은 다른 질문을 낳는다.① 기업의 자율적 판단이 충분히 존중된 결과인가.② 아니면 정부의 정책 방향에 기업이 사실상 보조를 맞추는 구조인가.③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광주 홍보 현장에서 "좋게 말하면 유도, 좀 심하게 얘기하면 유인" 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그《유도-유인》이《압박-부담-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은 정부가 기업 등 떼밀어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데 있다.호남엔 현재 그런 유인 요인이 별로 없다.유인 요인이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뿐 이다.■ 전당대회를 향한 선물인가정부는 호남 반도체 투자를 AI 경쟁력 강화와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라고 설명한다.반면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 호남 권리당원의 높은 비중, 그리고 앞서 대통령이 호남에 "특별한 보상" 과 "무리를 해서라도 새로운 전기" 를 약속했던 점을 함께 거론하며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이번에 선출된 민주당 당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만약 비명계 당대표(정청래)가 선출될 경우, 당내 권력구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이재명 대통령 지지도가 40%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공천권을 향한 영향력마저 박탈된다면 조기 레임덕 상황에 빠지게 된다.그래서 더욱 묻게 된다.800조 원 투자 발표는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전략이었는가.아니면 전당대회를 앞둔 호남 당심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였는가.정부는 숫자만 발표했다.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구체적 실행계획이다.① 전력은 어디서 공급할 것인지② 물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③ 인력은 어떻게 양성-공급할 것인지이다.그리고 무엇보다 ④ 이 투자가 시장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무리한 투자로 삼전닉스가 손실을 입을 경우, 대통령이 책임질 것인가?대통령은 기업총수도 CEO도 대주주도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