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작권 전환 후 동일한 수준 억지력 유지? ② 한미연합군 지휘체계 강화? ③ 유사시 의사결정 속도-정보 공유 체계 더 효율적?④ 북-중, 이런 변화 어떻게 인식?⑤ 국론분열로 인한 지휘체계 무력화 가능성은?
  • ▲ 한미동맹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떻게 전쟁을 막나? 응답하라! 이재명 정부. ⓒ 제미나이
    ▲ 한미동맹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떻게 전쟁을 막나? 응답하라! 이재명 정부. ⓒ 제미나이
    ■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공방전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가 한국 정부의《강경 좌파》기조를 우려하는 기고문을 게재해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러자 청와대가 한미동맹은《사실》과《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기고문을 냈다. 

    원론적으로 옳은 말이다. 
    외교와 안보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 되묻고 싶다. 
    도대체 한미동맹의《사실》은 무엇이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성과》는 무엇인가.  

     
    ■ 안보 인프라 

    국가안보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AI 산업도, 반도체 투자도, 경제성장도, 복지 확대도 결국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안보가 무너지면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투자자는 결코 총성이 들리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세계 최첨단 기업들도 결코 미사일 위험이 상존하는 곳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가다. 
    북한은 사실상《핵 보유국》이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동북아 안보 환경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도로도, 항만도, 데이터센터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안보 인프라》다. 
    안보 인프라의 중심축이 바로 한미동맹이다. 
     
    대한민국이 지난 70여 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실은 한미동맹이 제공한 안정적인 안보 환경 즉,《안보 인프라》덕분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외국 자본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궁극적으로는 한미동맹이 세계를 향해 한국은 안전하다라는 확신을 줬기 때문이다.   

     
    ■ 한미동맹의 본질은?

    지금 정부는《성과》를 말한다. 
    그《성과》는 무엇일까. 

    첨단기술 협력? 경제안보 협력? 공급망 협력?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한미동맹의 본질이 아니다. 
    한미동맹의 본질은 전쟁을 막는《전쟁방지 메커니즘이다. 

    그 핵심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즉《전작권》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전작권은 단순한 군사행정 권한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한국 방어에 어느 정도까지 실질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나설 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지표다.  
     
    북한이나 중국이 함부로 군사적 모험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한국군의 강성함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유사시 미군이 자동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강력한 억지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억지(deterrence)》란 상대가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다. 
    전쟁은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바로 전쟁 자체를 막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한미동맹은 바로 그런 억지 시스템인 것이다. 
    그런데 한미연합군의 지휘체계 변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나 균열이 감지된다면 그것 자체가 억지력 약화로 해석될 수 있다.  
     
    “군사주권 회복”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건 너무《나이브》하다. 
    한민족의 생존 문제가 걸린 사안을 놓고 그토록《나이브》하게 접근한다면, 그게 바로 선동일 것이다. 

    물론《자주성》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군사작전은 그와 같은 감상이 아니다. 
    실제 전쟁 상황에서는 초 단위의 의사결정실시간 정보 공유, 그리고 무엇보다 지휘체계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의사결정의《연속성(continuity)문제다. 
    현재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지휘체계와 작전 절차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지휘구조가 변화하면, 유사시 한미 양국의 군사적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 사이에 예상치 못한 마찰이나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평상시에는 사소해 보이는 몇 분, 몇 시간이 전쟁 상황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데 드는 시간은 짧다. 
    하지만 그 결정 시간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사일보다 중요한 건, 그 버튼을 누르느냐 마느냐 그 결정일 수도 있다.   

     
    ■ 응답하라, 이재명 정부

    전작권을 두고 낭만적 접근은 위험하다. 
    그건 정치적 일정이 아니라 군사적 준비 수준에 따라야 한다. 
    감상주의보다 실제 전투 수행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쟁은 선언문으로 막는 게 아니다. 
    신빙성 있는《억지력》을 통해서만 막을 수 있다. 
    그 억지력은 한미동맹에서 나오며, 한미동맹의 실질적 힘은 전작권을 포함한 한미연합방위체제의《안정성의사결정의《연속성에서 나온다.  
     
    정부는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①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억지력이 유지되는가. 
     한미연합군의 지휘체계는 강화되는가. 
     유사시 의사결정 속도와 정보 공유 체계는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가. 
     북한과 중국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국론분열로 인한 지휘체계 무력화 가능성은 없는가. 
     
    한미동맹을《사실》《성과》로 평가하자는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전쟁 억지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성과를 국민 앞에 보여줄 차례다.
    자주권》감상주의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주장은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키는《억지》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