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짓자는데 벼농사로 답하며 기만하더니14년 지난 지금 '빌라 가스라이팅'으로 또 기만수도 끊겼는데 우물 파는 꼴 … 시대착오적 인식
  •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2년 6월 서울 노들텃밭에서 열린 '서울 도시농업 원년선포식'을 한 후 시민들과 토종벼 모내기에 참여하고 있다ⓒ연합뉴스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2년 6월 서울 노들텃밭에서 열린 '서울 도시농업 원년선포식'을 한 후 시민들과 토종벼 모내기에 참여하고 있다ⓒ연합뉴스
    2012년 여름을 앞둔 서울 노들섬. 밀짚 모자를 쓴 박원순 시장이 모내기를 시작했다. 그 해 서울시는 벼 7000포기를 추수해 쌀 60kg을 수확했다. 21세기 대한민국 수도에서 '도시농업원년'을 선포하는 촌극을 펼쳐놓고, 기껏 4인 가구 반년 치 먹을 쌀 한가마니도 못 채웠다.

    14년이 지난 노들섬에 벼는 사라진지 오래다. 2016년 마지막 벼베기 이후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섰고, 벼농사를 짓던 곳은 굳게 닫힌 철문 뒤로 나무만 무성하다. 박 전 시장은 어깨춤을 추며 농사를 지었지만, 그 사이 서울 아파트 값은 2~3배 뛰었다. 벼농사라는 어처구니 없는 낭만에 빠질 시간에 아파트 몇 단지만 더 지었어도, 눈물을 삼키며 외곽으로 밀려난 서민 수만 가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른다.

    벼농사의 수치(羞恥)가 어쩌다 추억으로 미화됐는지 아파트 공화국에 빌라를 공급하겠다는 서울시장 후보가 나타났다. 아파트를 원하는 시장 수요에 벼농사로 답한 박 전 시장과 다를 바 없는 인식이다. 골치아픈 아파트 공급은 뒤로 미루고, 당장 보여줄 수 있는 일에 매달리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박 전 시장은 서울 재개발·재건출 389곳을 해제하고, 주택공급 43만호를 좌절시킨 장본인이다. '아파트 대신 빌라'가 집권여당 서울시장 후보의 정책이라면 '박원순 시즌2'는 불보듯 뻔하다.

    서울은 제한된 토지 위에 고도의 집적 경제를 이뤄내야 하는 국가 심장이다. 금싸라기 땅에 농약을 치고 벼를 베는 행위나, 좁은 택지에 주차난과 치안 불안을 야기할 저층 빌라를 난립시키는 행위는 명백한 시대착오다. 수돗물 끊긴 도시에 우물을 파주며 갈증을 달래라는 꼴이다. 단순히 지붕 갯수만 늘리는 공급은 치솟는 아파트 가격만 더 부추기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공터에 벼를 심고 빌라 인허가 도장을 찍어주는 인스턴트식 행정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은 2500만 수도권 시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

    빌라는 5년 만 지나도 구축으로 전락하고, 아파트 재개발이란 헛된 희망으로 10년·20년 버텨야 하는 악성 자산으로 취급되는 게 현실이다. 삐뚤빼뚤한 빌라에서 서민들이 미래의 꿈을 키워간다는 망상은 박 전 시장의 어깨춤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한 기만일 뿐이다. 방 두칸 전용 44㎡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아이 둘 낳아 너끈히 키울 수 있겠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속편한 말에 몸서리 쳤던 서민들이다. 이제와 집권여당이 펼치는 '빌라 가스라이팅'에 다시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