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가능했다고 녹음 유언 가능 단정 못 해""유언 녹화는 보조수단 … 효력 배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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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뉴데일리DB
산소호흡기를 단 채 병상에서 남긴 '구수증서 유언'의 효력을 대법원이 인정했다. 단순히 말을 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녹음 방식 유언이 가능했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 씨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예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A 씨의 이부형제인 B 씨는 2021년 4월 입원 중 "예금채권과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재산 전부를 A 씨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당시 현장에는 증인 2명과 A 씨가 함께 있었다. 한 증인이 유언 내용을 받아 적은 뒤 낭독했으며 다른 증인은 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다.민법상 유언은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 방식이 원칙이다. 다만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이러한 방식이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구수증서 유언이 허용된다. 구수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에게 말로 유언 취지를 전달하면 이를 다른 사람이 필기, 낭독해 내용을 재확인하는 방식을 말한다.B 씨는 당시 폐암 말기에 코로나19와 만성 호흡부전 증상까지 겹친 상태였다. 유언 전날에는 통증 완화를 위한 진정제가 투여됐다. 유언 당시에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유언 사흘 뒤 숨졌다.이후 A 씨는 유언에 적시된 예금 약 96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했지만 은행 측이 유언 효력을 문제 삼으며 지급을 거부하자 2022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1·2심은 모두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은 B 씨가 당시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등을 인지하고 직접 계좌번호 등을 말할 수 있었던 만큼 녹음 방식에 의한 유언도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녹화 영상에 B 씨가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는 장면이 담긴 점 등을 근거로 구수증서 유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다만 법원은 해당 녹화 영상 자체도 민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의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유언자가 날짜를 직접 말하지 않았고 증인이 유언 내용의 정확성을 구술한 부분도 없었다는 이유였다.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유언 당시 망인은 호흡곤란 증상으로 산소호흡기를 낀 상태에서 정상적인 발음에 장애가 있었고 자유롭게 계속 말을 하는 것 또한 곤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 유언의 전체 취지를 육성으로 녹음하거나 성명·연월일 등을 주도적으로 구술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고 판단했다.이어 "유언자가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등을 인지하고 말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서 곧바로 구수증서 외 방식으로 유언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유언의 요식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이유는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또 대법원은 유언 과정을 녹화한 행위에 대해서도 "구수증서 유언 과정에서 문제 제기에 대비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녹음 방식 유언이 가능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