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봉하마을 찾아 '盧 정신' 강조"검찰개혁 하면 노 전 대통령 생각나"'盧 배신자' 낙인 찍힌 김민석 겨냥?지선·전대 앞두고 '친노' 정체성 부각
  • ▲ 2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당 지도부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2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당 지도부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개편 성과를 앞세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인 봉하마을을 찾은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인 소환 행보가 도를 넘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반노(친노무현·반노무현) 구도를 띄우며 김민석 국무총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정 대표는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며 "노무현 대통령님,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노짱님, 노사모(노 전 대통령 팬클럽) 회원 아이디 '싸리비' 정청래입니다"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금은 민주당 당 대표가 됐다. 대통령님께 보고드린다"며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검찰 개혁을 입에 올릴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생각한다"며 "공소청·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법이 통과된 지금도 개혁을 향한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립고 사무쳤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발언 중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민생 개혁 과제를 완수하고 '광주에서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이어야 한다'는 지역주의 타파, 노무현 정신을 실현할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다시는 검찰의 사적 목적으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과 좌파 진영 인사들은 그간 검찰 해체와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한 개편을 추진·통과시키면서 노 전 대통령을 자주 언급했다.

    검찰 개편이 노 전 대통령의 정책 과제였던 데다 그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서거하면서 좌파 인사들은 "우리가 모두 노 전 대통령 유족"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쳐 왔다.

    정 대표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검찰의 오만함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고 반인권적 과잉 수사는 멈출 줄 몰랐다"고 했다.

    최고위에 앞서 차지호 민주당 미래전략사무부총장은 "특별히 오늘 봉하에서 여는 현장 최고위가 각별한 이유는 고 노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품은 뜻을 23년 만에 현실로 진전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노 전 대통령을 계속 소환하는 정 대표의 행보와 범여권 인사들을 두고 여러 차례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라이브 방송과 라디오 출연, 페이스북 글을 통해 수 차례 불편함을 내비쳤다.

    곽 의원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최근 노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을 계속 이어 가는 정 대표를 두고 "그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검찰 개혁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같은 언어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름, 죽음을 소환하는 분들이 참 많다"며 "부당하게 어르신 이름을 이용할 때마다 (여러) 감정이 든다. 특히 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금 활용하려 할 때마다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일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서도 "많은 정치인이나 어르신과 가까웠던 분들이 보면 꼭 자신의 위기 때마다 소환을 한다. 그런 경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어떤 분들은 '제사장 정치'라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유훈 정치'라고도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유족 측의 의사와 무관하게 검찰 개편 성과를 상징화하려는 정치적 행보로써 노 전 대통령을 계속 언급하자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진정성에 의구심 제기되는 분위기다.

    정 대표의 행보가 전당대회를 앞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시각이다. '노무현 정신'을 전면에 내세워 친노 정체성을 부각하고 이를 통해 당내 구도를 친노 대 반노로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이 친노 정통성 경쟁 구도로 이어지면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총리가 과거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둔 이력이 있는 만큼 대비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정몽준 캠프해 합류했다. 이러한 전력으로 김 총리는 오랜 기간 '야인' 활동을 해야 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노무현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다만 김 총리는 2002년 대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죄송한 역사가 있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뉴이재명' 사이에에서는 "고인 팔이"라며 정 대표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도 현 정부의 정책 성과가 덜 부각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 개혁은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완수하는 과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