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트 체크'에 미일 당국 개입 가능성 거론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원화도 영향권 예상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지속되는 엔화 약세를 막고자 외환 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 금융가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외환 시장 개입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연상시키는 수준의 공동 대응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각) '월가, 엔화 개입 가능성에 촉각 곤두세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재무부가 23일 이례적으로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시행하며 이러한 시장의 예상에 힘을 실었다고 진단했다.

    레이트 체크는 당국이 시중 은행 등을 상대로 환율 수준 등을 문의하는 절차다. 통상적으로 당국의 시장 개입 전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레이트 체크 시행 소식에 23일 하루 사이 엔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는 1.7%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6일 97.040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 대비 0.6% 하락한 것으로, 최근 4개월 사이 최저치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안전자산 금 가격은 달러 약세에 대비하기 위한 헤지 수요가 몰리면서 강세를 나타냈다.

    26일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5100달러를 넘기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며, 한국 시간 기준 27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5059.77달러를 나타냈다.

    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레이트 체크의 이유에 관한 질문이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엔화 약세 저지에 나설 이유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강세는 달러화 약세를 뜻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원했던 구도라는 분석이다.

    약달러는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미국 내 제조업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 구도 만들기에는 친미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지원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엔화 약세가 에너지 등 일본의 생필품 수입 비용을 늘려 민생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다카이치 총리로서도 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미일 양국이 플라자 합의를 연상케 하는 공동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들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절하시키기로 한 합의다.

    WSJ은 미국 재무부가 현재 2000억 달러(약 290조원)에 달하는 '외화 안정화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개입이 결정될 경우 이 펀드를 활용해 엔화를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시장 개입은 큰 여파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즉각적 결과로 거론된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미국 주식 등 외국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초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한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이 투자금이 대거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이 경우 미국 증시의 하락세가 예상된다.

    원화 가치도 엔화를 따라가는 추세를 보여, 엔화의 강세 전환은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국이 엔화 환율에 개입한 최근 사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다. 당시 엔화 가치가 요동치자 미국과 다른 주요 7개국(G7) 회원국들은 시장 안정을 꾀하기 위해 엔화를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