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천스닥 고지 밟았지만 곳곳서 거품 신호'포모'에 빚투·레버리지 등 비정상적 투기열풍도1%대 저성장에 초양극화…유동성 장세 경계해야자산시장 과열에 허탈감 확산, 돈·노동 가치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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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쓰레기가 되고 있다’최근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시장에 올라타지 못한 서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다.‘오천피’ ‘천스닥’ 등 주식은 물론 부동산, 금, 은 등 온갖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열심히 일해 번 돈의 가치가 추락해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비어가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우리 증시가 늦게나마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전인미답의 신기록을 세운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른 나라를 뛰어넘는 우리 증시의 퍼포먼스는 글로벌 AI붐과 반도체 호황,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역할 확대, 글로벌 유동성 증가,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 등이 맞물린 결과일 것이다.하지만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 호황의 이면도 들여다봐야 한다. 우선 레버리지를 동원해서라도 주식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른바 포모 현상이 확산되면서 빚이 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었지만 빚투의 대표 지표인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21일 29조원을 돌파했고,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105조 315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472억원 늘어났다.부동산에서 증시로 ‘머니무브’가 일어났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돈이 부동산으로 가든 증시로 흘러들든 빚의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자산가격이 영원히 우상향할 수는 없으니 ‘영끌’의 대가는 언젠가 치를 수 밖에 없다.증시 붕괴는 부동산 버블 붕괴보다 더 심각하다. 집값이 하락하면 집을 가진 일부 집주인들만 피해를 보지만 증시가 추락하면 기업과 투자자 등 더 많은 국민이 불행해진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까지 확대했으니 증시 거품이 사라질 경우 그 피해는 미래에 국민연금을 떠받쳐야 할 젊은 세대에게로 돌아갈 것이다.양극화도 문제다. 연이은 ‘불장’에도 하락종목이 상승종목보다 많다는 것은 현재의 증시가 생산적 분야로의 머니무브라는 건전한 상승이 아닌 ‘돈 놓고 돈 먹기’의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진정한 머니무브는 현금이 넘치는 대기업이 아니라 좋은 기술력을 갖고도 자금 부족으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강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흘러들어가는 것이다.26일 코스닥이 1000포인트를 돌파하자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을 거래하기 위한 ‘사전 의무 교육’에 개미들이 몰려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 사이트가 마비되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은 자산시장에서 소외된 서민들의 ‘몸무림’ 이자 증시 과열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무엇보다 노동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렵다. ‘현금=쓰레기’라는 공식은 곧 소득의 원천인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상승률,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에 매년 늘어나는 세금과 준조세 부담, 열심히 일해 저축하면 각종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 모순 등이 누적되면서 우리나라에서 노동의 가치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가장 아름다운 우리 증시의 모습은 경기가 활성화되고 경제주체 모두에게 온기가 골고루 퍼지며, 늘어난 소득이 증시로 흘러들어 ‘육천피’, ‘삼천스닥’을 달성하는 것이다.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고,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며, 확대된 자산격차를 따라잡으려 어떻게든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현재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코스피가 장중 5000포인트를 찍은 지난 22일 청와대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오천피’ 달성을 떠들썩하게 자화하찬하지 않고 ‘로키’로 일관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 방문할 것이라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지만 청와대 분위기는 차분했다고 한다.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섣부르게 ‘자축’했다가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정체된 성장과 초양극화라는 암울한 현실을 감안한 몸낮추기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