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관들, 쿡 혐의·해임 필요성·절차적 정당성에 의문 제기트럼프-파월 '대리전'서 패색 짙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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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를 해임한 사건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공개 구두변론이 21일(현지시각) 열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전 성격을 띠는 이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패색이 짙다는 전망이 나온다.연준은 독립성 보장이 필수적인 중앙은행인데다, 연준의사는 임기 14년을 보장 받는 만큼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것은 전례 없는 사건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변론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약 2시간 만에 종료됐다. 변론 결과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쿡 이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이날 법원은 우선 쿡 이사의 해임 사유인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가 입증됐는지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사유로 연준 이사를 해임한 것이 권한 남용인지를 다루고, 더 나아가 연준의 중요한 기능에 비춰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보장됐는지 여부를 살폈다.쿡 이사는 애틀랜타의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용 서류에 '주거용'이라고 기입했다.미국 주택금융청은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쿡 이사가 사기를 저질렀다는 요지로 수사를 의뢰했다.다만 이는 사실관계에 있어 다툼이 있는 부분이다.쿡 이사 측은 부동산 목적이 '휴가용'이라고 적은 대출 예상 견적서를 제출하고 대출 서류의 표기는 단순 실수였다는 입장이다.쿡 이사가 해임될 만큼의 기만 행위를 했느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질문에 정부를 대리한 존 사우어 법무부 송무차관은 "기만이거나 최소한 중대한 과실"이라며 "금융감독기관 인사가 금융 거래에서 기만이나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면, 그건 해임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대법관들은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문제의 대출이 이뤄진 것은 쿡의 연준 이사 취임 시점인 2022년 이전인 2021년이다.이에 따라 이사직을 맡고 있지 않을 때 이뤄진 행위를 이유로 해임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의문이 제기됐다.새뮤얼 알리토 대법관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이 점을 지적했다.또 연준법상 연준 이사 해임은 '상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쿡 이사 해임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주택담보대출 신청서에서 실수한 것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느냐"면서 "(연준 같은 기관은) 독립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문제를 너무 성급하고 충분한 숙고 없이 결정하면 그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강조했다.브렛 캐버노 대법관 역시 "이런 해임이 허용된다면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하거나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아울러 해임 과정에서 수정헌법 5조의 절차적 권리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논란의 축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쿡 이사가 사기를 저질렀다는 글을 올리고 5일 만에 해임을 통보했다.5일은 방어권 행사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지만, 대법관들은 SNS 글에 법적 효력이 없으며 특히 연준처럼 중요한 기관의 고위직을 지나치게 서둘러 해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한편 이날 변론은 쿡 이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에 법무부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 대해 1·2심이 쿡 이사의 손을 들어주자, 정부 측이 대법원 심리 기간동안이라도 해임을 유효로 해달라는 긴급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열린 것이다.변론이 끝난 후 CNN은 "대법관들이 쿡 이사 해임에 회의적"이라고 내다봤다.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의 시도가 기각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전망했다.이번 사건은 파월 연준 의장을 위시한 현 연준 체제를 허물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한편, 이날 변론에는 파월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참석해 쿡 이사에게 힘을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