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구 위원장, 반미 시위서 "트럼프 망나니"野 "최소한 정부의 직 내려놓고 집회 주도해야"
  • ▲ 박석운(가운데)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을 규탄하고 있다. ⓒ정원이 사회대개혁위원회 민간위원 페이스북
    ▲ 박석운(가운데)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을 규탄하고 있다. ⓒ정원이 사회대개혁위원회 민간위원 페이스북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략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해 논란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진보연대 대표인 박석운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반미 시위'에 참석했다. 

    박 위원장과 함께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인 김경민 사회대혁위원회 부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을 맡고 있는 정영이 사회대혁위원회 위원도 자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민석 국무총리 친형이 이끄는 촛불행동과 진보당, 전국민중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267개 사회 단체가 참여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이 주최했다.

    박 위원장은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 자격으로 마이크를 잡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미군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급습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전 세계 인류를 경악시킬 폭력 만행"이라며 "미국 정부가 타락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트럼프는 미군이 아무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호대 80명 이상은 그 자리에서 사망해 버린 상황으로 보인다"며 "살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석유를 약탈, 강탈하기 위해서 베네수엘라를 식민지화하기 위해서 전투기 150대를 동원해서 무력 침공을 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에 국제법도 없고 국내법도 없고 평화도 없이 마구잡이로 전쟁을 벌여도 되느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의 평화 시민들에게 묻는다. 트럼프가 저 따위 침략 행위를 하는 것을 찬성하느냐"면서 "이른바 서구의 민주주의·인권·평화를 이야기하는 국가들은 트럼프의 저 망나니 짓, 침략 전쟁을 찬성하느냐"고 했다.

    박 위원장은 "적극적인 반대 투쟁, 규탄 투쟁을 해야 한다"며 추가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토요일(10일) 오후 3시 반에 서울 시내에 다 모여서 트럼프 규탄, 미국 규탄, 전쟁 범죄 규탄을 하고, 우리 빛의 광장 시민들의 항쟁을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도 "어떤 이유로도 타국이 군사력으로 대통령을 납치하고 국가를 지배할 권리는 없다"며 "국제법이 강대국 앞에서 무력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전 세계 민족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도 촉구한다"며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방조다. 전쟁과 침략 중단을 요구하는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중남미에 대한 폭력적 지배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전쟁이 아닌 평화, 지배가 아닌 주권이 존중되는 세계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고 했다.

    정 위원은 기자회견문을 대표로 낭독하며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화물선을 공격해 민간인을 살상하고, 콜롬비아와 쿠바까지 위협하며 서반구 전체를 무력으로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여 미국의 패권적 폭거에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발언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팻말에 '침략자' '범죄자'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이 김 총리로부서 국무총리실 직속 자문기구인 정부 위원회 소속 인사라는 점이다. 사회대개혁위원회는 민주주의 및 사회 정의, 남북 간 평화협력 및 실용외교, 교육개혁, 사회적 약자 보호, 경제 정의와 민생 안정, 기후위기 대응·생태사회·식량주권, 지역균형발전 등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정부에 자문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과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저지 운동과 '광우병 촛불 시위' 등을 주도하며 반미 여론 형성에 앞장섰다. 이 외에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한국 배치 반대 운동 등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전문 시위꾼'으로 불리며 과거 이라크 파병 반대,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반대를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개인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유지만 정부를 대표할 수 있는 정부 기구 인사로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박석운 위원장은 최소한 정부의 직을 내려놓고 집회를 주도해야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 시위꾼에게 직함을 준 결과"라며 "중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정부 자문기구가 객관적이지 못한 채 특정 이념과 진영 논리에 치우친다면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