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8배 미만 기업 상속·증여시 과세 기준 변경기존 기준 주가에서 비상장사처럼 공정 가치 평가로일부 대주주, 기업 승계 때 주가 낮춰 세금 줄여
  • ▲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여당 주도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후속 입법 과제로 지목했다. 상장 기업의 상속·증여 세율을 현실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재계에서는 '경영권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어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같은 추가적인 제도적 개혁이 뒷받침된다면 주식시장 정상화 흐름도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불합리적 요소들이 제도 개선을 통해 조금씩 개선되며 자본시장도 비정상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해는 짧은데 갈 길이 멀다"면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 상장사 주주가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과세 기준을 비상장회사처럼 실제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공정 가치 평가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 상장사는 상속·증여시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했다. 반면 비상장회사는 순자산 가치와 순수익 가치를 가중 평가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매겼다.

    문제는 기업 승계를 앞둔 일부 상장사의 대주주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식 거래, 유상 증자, 합병·분할 등의 수단을 통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면서 발생했다. 실제 기업 가치와 시장 가격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서 상장 여부에 따라 상속·증여시 세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의원은 상장주식의 저평가 관행을 해소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상속·증여세 회피를 위한 기업들의 의도적 '주가 누르기' 의심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이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일부를 증여했던 사례를 거론한 뒤 "증여 당시 한화는 자본 총계(순자산)가 40조 원에 달했지만 시가총액은 4조 원대에 불과해 현행법상 증여세로는 약 2966억 원만 부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만약 비상장 회사였다면 순자산 기준이므로 증여세는 약 1조7000억 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0년간 비상장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말 상장한 명인제약도 도마 위에 올랐다. 명인제약 최대주주인 창업주가 고령인 점과 막대한 현금을 보유했음에도 상장 명분으로 자금 조달을 내세운 점 등을 두고 상속·증여 세율을 낮추기 위한 상장이라는 의심을 샀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 상속 세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실시되면 기업 승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경영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상속 세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여기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세 부담이 가중될 경우 대주주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해야 해서 결국 지배구조 약화와 적대적 M&A 노출 등 경영권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상장 주식은 시장에서 시가가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순자산 가치의 80%'라는 임의적 기준을 만드는 것은 자산가치 평가에 따른 유불리 발생으로 혼란을 초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장사 대주주가 주가를 임의적으로 조정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출신인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에서 "주식 시장의 시가보다 더 공정하게 결정되는 시가는 잘 없다"면서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가를 낮추는)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엄하게 자본시장법으로 다스려야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본회의에서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현실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1·2·3차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혁신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가 선순환하는 건강한 자본 시장의 토대를 완성했다"면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등 남은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