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20% 넘으면 팔아라"…재산권 충돌 불가피신규 규제와 기존 지분 재편, 본질 다를 수도'공익' 내세워 '사익' 축소?…근거 충분한가입법 시 법적 분쟁 불가피…산업 리스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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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
    우리 헌정사에서 '재산권'은 언제나 규제와 충돌해 왔다. 1980~90년대 토지 공개념 논쟁과 부동산 실명제, 개발이익 환수 제도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그랬다. 공익이라는 명분과 이미 형성된 재산권 보호 원칙은 번번이 팽팽히 맞섰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이해상충 방지라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쟁점은 빠르게 헌법의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이미 적법하게 형성된 지분을 사후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지, 국가의 규제는 어디까지 허용되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신규 사업자에게 일정 지분 상한을 요구하는 것과 기존 기업에 지분 구조 재편을 명령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후자는 재산권에 대한 직접적 제약에 가깝다. 지분은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경영권과 기업 가치, 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규제의 강도다.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면 내부통제 강화, 공시 확대, 특수관계인 거래 규제 등 단계적 수단이 우선일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장 강한 방식인 '지분 강제 매각'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면 입법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분 강제 매각이 마지막 수단이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제시됐는지다. 10여년 전, 제도는 미비했고 감독 체계는 공백에 가까웠다. 그 공백 속에서 시장을 키운 것은 민간 거래소였다.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은 각종 사고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산업을 키워왔다. 업력이 짧고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성장한 산업에 대해 이제 와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일률 제한하고 초과분을 강제 매각하겠다는 접근은 또 다른 논란을 낳는다.

    금융위원회는 "거래 플랫폼은 공공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적 기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적 재산의 강제 축소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보험·증권 등 전통 금융업은 설립 단계부터 인·허가제를 전제로 감독 체계 안에서 운영돼 왔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지분 한도 규제 역시 제도권 안에서 점진적으로 정비돼 왔다.

    입법이 강행되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법적 공방은 기업 경영과 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고, 이는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확산될 수 있다. 금융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규제가 또 다른 규제 리스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가상자산 산업은 여전히 제도화의 과도기에 있다. 규율 마련은 필요하지만, 역사가 보여주듯 공익이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정책의 명분은 법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공적 인프라"라는 선언이 기존 권리를 단번에 재단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규제는 강도보다 정교함과 예측 가능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