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엣가시' 마두로 축출로 "석유+중국 영향력 단절"'주권 국가 공격" 국제 사회 역풍 불구 '미국의 이익'선택 中은 격앙, 미중 갈등의 새 불씨될 가능성 이런 상황서 李 대통령 8년만에 중국 국빈 방문 베네수 공격 관련 '친중 발언' 나올 땐 한미 관계 악영향 불가피 韓 좌파 정당에선 이미 트럼프 공격 포문 …조국당, 트럼프 향해 "깡패" 발언까지
  • ▲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뉴욕군공항으로 압송되고 있다. /트루스소셜 캡처 AFP 연합뉴스
    ▲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뉴욕군공항으로 압송되고 있다. /트루스소셜 캡처 AF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공습을 끝내고 3일(현지 시간) 오후 1시40분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장. 눈엣가시였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단숨에 체포한 뒤 눈과 귀를 막은 채 뉴욕 군공항으로 압송한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에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정권을 이양할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것"이라며 "미국의 석유회사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미국의 메이저 회사들이 직접 들어가 직접 생산할 것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마두로 체포 작전을 위해 1년 이상을 준비했다. 그는 "마두로는 마약 갱단 조직원들을 미국으로 보내 미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다. 이번 공격은 베네수엘라의 불법 마약 거래를 억제하려는 시도"라며 공습의 정당성을 밝혔지만, 주권 국가의 국가 수반을(미국은 인정하지 않지만) 군사력을 동원해 축출한 것은 국제 사회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공습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해야 할 일"이었다. 

    첫번째 이유는 국제 사회 모두가 생각하는 석유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3030억 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17%에 달한다. 압도적 1위. 한 때는 미국 전체 원유 수입량 중 30% 이상을 베네수엘라산이 차지했다. 

    마두로의 '정치적 스승'이자 좌파의 대부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모든 것은 틀어졌다. 차베스는 모든 석유 자산을 국유화하고, 외국 소유 자산을 몰수했다. 미국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행하던 유전 개발도 모두 국가로 귀속됐다. 극단의 포퓰리즘과 독재가 이어지고, 석유 회사들의 경영 부실이 겹치면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아래로 떨어졌고, 국가 경제는 파탄으로 몰렸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약이었고, 미국은 석유가 아닌 '마약 밀반입'의 최대 창구였다. 

  • ▲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마약 통로를 끓고, 동시에 자국 석유 메이저 회사들의 베네수엘라 시장 장악력을 되찾는 일거양득의 카드가 바로 마두로 축출이었다.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에 충격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제재 해제로 석유 공급량을 늘리면 국제 유가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했다. 더욱이 기름값이 떨어지면 물가가 낮아지고, 이를 통해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경제적 선순환도 계산했을 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공격에 대해 적어도 미국내에서는 지지가 상당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고민이 큰 트럼프로서는 충분히 선택 가능한 카드였다.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바로 중국과의 관계였다.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미국의 바로 뒷마당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마두로는 노골적으로 반미 노선을 걸으면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차관과 군사적 지원을 받아왔다. 특히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채권국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다른 나라도 아닌, 중국과 손을 잡은 마두로를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 

    이런 흐름은 이날 공습 상황과 공교롭게도 줄이 닿는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군의 체포 작전이 벌어지기 직전, 대통령궁에서 시진핑 주석의 특사인 추샤오치 중남미·카리브해 특사를 접견했다. 바로 이 때 트럼프는 마두로를 잡아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날씨'에 작전을 펼쳤지만, 정치적으로도 너무나 '좋은 타이밍'이었다. 

    중국은 당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사 면담 직후 마두로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심야 성명을 내고 미국을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10시 32분 성명을 통해 "미국이 멋대로 주권 국가에 무력을 사용하고, 대통령을 체포한 데에 매우 경악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런 패권 행위는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하고, 베네수엘라 주권을 침범했으며,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므로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최고 수위의 비판 성명을 이어갔다. 


  • ▲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베네수엘라에 대한 트럼프의 작정한 공격과 마두로 압송,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단절. 이런 급박한 상황이 벌어진 날, 우리 대통령은 중요한 외교적 행보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한국 정상이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찾은 것은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4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3박4일 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 측은 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1992년 수교 이래 고수해 온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One China Policy)을 넘어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rinciple) 준수를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누가 봐도 수교 정신을 훼손하는 '현상 변경 시도'다.

    청와대는 일단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선을 그으며 원칙론을 얘기하면서 피해가고 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확히 말씀드리면 우리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이다. 그 입장에 따라서 대처해 가겠다"는 답으로 비켜갔다. 

    하지만 중국 방문 내내 '원론적 입장'으로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뜩이나 대만 문제로 예민한 시진핑 주석에게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된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외교적 사태"(전직 외교부 원로)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 방문 도중 이 대통령이 됐든, 현지 수행원이 됐든, 국내에 남은 청와대나 여권 고위 인사가 됐든, "말과 행동, 하나라도 잘못된 말이 나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베네수엘라 공습이 미국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주권 국가에 대한 공격이란 점에서 국제 사회에 적지 않은 역풍과 맞서고 있다. '관세 폭탄' 과 비슷한 흐름이다. 이런 때에 중국을 방문하는 시간 동안, "제 2의 셰셰' 발언이 나올 경우, 한미 동맹은 일순간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 정치권의 상황은 이런 우려가 기우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조국혁신당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사태를 "유엔헌장을 정면으로 어긴 명백한 침략행위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김준형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은 긴급 논평을 통해 "미국은 일방적 관세 부과와 투자 갈취로 약탈적 제국주의 국가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제는 군사공격까지도 감행하는 무법의 깡패국가가 됐다"고 공격했다. 심지여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반미 발언이 나왔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주권 국가의 현직 국가원수를 본토에서 무력으로 확보한 전례 없는 사태다. 규탄한다"고 했다. 

    공당이고, 국정의 축을 이루고 있는 정당에서 한미간에 어느 때보다 예민한 시점에 공당 인사들이 대놓고 반미 발언을 꺼내는 모습.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