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혜훈·김성식 등 파격 인선통합 행보로 국정 안정 꾀했으나與·野 모두 반발 … 취지 빛바래
  •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을 연이어 장관과 청와대 등에 배치하며 '통합' 행보를 강조했지만, 정치권의 분위기는 통합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청와대는 통합과 실용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지만,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여당 내부의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는 불만과 야당 출신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정치적 도의를 어겼다는 목소리가 합쳐져 갈등만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김성식 전 바른미래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수석은 두 사람의 인선 배경으로 "대통령의 국정 인사 철학이라는 것이 통합과 실용 인사라는 두 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내각 구성 과정에서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을 등용하며 통합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을 지냈으며, 윤석열 정부 당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했다.

    또 개혁신당 대표를 역임한 허은아 전 의원은 현재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의 인선을 두고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기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을 배치한 결정을 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민 갈등이 최고조로 달하자 혼란한 정국을 조속히 수습하고 통합을 내세워 국정 안정화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 당시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이번 인선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무리한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이 후보자를 경제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임명한 것을 두고 잡음이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이 후보자의 지명을 두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나선 점을 짚으며 "이들까지 통합의 대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의) 청문회 때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하여 우호적인 행동을 취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명계로 꼽히는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 문란에 찬동한 이들까지 통합의 대상인가"라며 "윤석열 정권 탄생에 크게 기여했거나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의 대상이어야 하는가는 쉽사리 동의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현 정부에서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을 연이어 인선하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힘은 권 장관과 이 후보자의 인선 소식이 들렸을 당시 이들을 향해 '보수 배신자', '부역자'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 인선 소식에 전날 긴급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적을 제명하는 등 즉각 조치에 나섰다. 이 후보자는 전날 인선 발표가 들리기 전까지 서울 중구성동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3선을 지냈고 얼마 전까지 대여 투쟁에 함께한 분 아닌가"라며 "공직을 제안하자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모습에서 정치적 도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참담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