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이어 공항 편의 요청 의혹김병기 "편의 제공받은 적 없다" … 전면 부인與 내부서도 "스스로 기강 확립해야 할 때"
  •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 투표 중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 투표 중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제주 칼호텔 최고급 객실 숙박권을 제공받은 데 이어 항공편 의전 서비스를 요청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원내대표는 "상황 왜곡"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여당 원내사령탑의 도덕성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24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 보좌진 A 씨는 2023년 김 원내대표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대한항공 관계자와 공항 편의 제공 등을 논의했다.

    A 씨와 대한항공 관계자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A 씨는 김 원내대표의 출국 약 한 달 전인 2023년 7월 18일 "며느리와 아기 항공권 관련 이미지 송부드린다"며 항공권 사진을 보냈다. 

    8월 12일에는 "주말에 연락 드려 죄송하다. 하노이 공항 입국시 '패스트트랙'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서비스 내용은 '1. 마중 승무원 대기 2. 입국 심사 시 승무원 등이 이용하는 창구에서 빠르게 처리 3. 수하물 지원(카트 실어주기 등)' 등이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대한항공 관계자는 "하노이 지점장에게 의전 서비스 요청해 놨는데요. 패스트트랙 서비스 여부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 응답했다.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대한항공을 이용해 하노이를 방문할 때도 비슷한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2023년 11월 13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A 씨에게 'B 수속 카운터'와 '프레스티지 클래스 라운지' 위치와 이용 방법을 안내했다.

    김 원내대표 부인의 항공권은 '일반석'이었지만, 대한항공 일등석이나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 이용 고객에게 제공되는 빠른 수하물 처리와 수속,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안내한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B 카운터 입장 전에 거기 안내 직원이 제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그룹장님께서 입장 조치해두었다고 직원에게 말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불거진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3년 며느리와 손자가 하노이에 입국할 당시 하노이 지점장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생후 6개월 된 손자 출국을 알게 된 보좌 직원이 대한항공에 편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며느리가 사설 패스트트랙을 신청하여 필요 없다고 했다"면서 "더욱이 다른 승객들과 동일한 시간, 동일한 게이트를 이용해 나왔는데, 어떻게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안사람은 프레스티지 카운터와 라운지를 이용하지 않았다"며 "보좌 직원이 대한항공 측에 요청했다고 했지만, 안사람은 이를 고사하고 면세점에 있다가 출국했다. 일찍 도착했고 관광도 아닌 가족 방문이라 짐이 단출해 별도의 수속 카운터를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계가 틀어진 보좌 직원이 이제 와서 상황을 왜곡하고 있지만, 이 문제로 보좌 직원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며 "보좌 직원이 제 뜻과 상관없이 일을 진행했다고 해도 당시만 해도 선의에서 잘 하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호텔 숙박 초대권을 받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2박 3일 동안 160여만 원 상당의 객실과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이유 불문 적절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처신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숙박료는 상당히 편차가 크다. 확인 결과 2025년 현재 판매가는 조식 2인 포함 1일 30만 원 초중반"이라며 "숙박 비용은 즉각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명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상처에 소금 뿌리냐", "'적절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건가, 맞다, 됐냐"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연이어 터지는 김 원내대표 논란에 여권은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지지층을 중심으로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고, 우군으로 여겨지는 시민단체마저 비판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으로서 리더십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김 원내대표는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로서 관련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된다"며 "직무 관련자에게 받은 금품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이 크고 정치적, 윤리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지적이 제기됐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어쨌거나 그런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되는데 본인의 주위를 좀 충분히 다시 돌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그런 원내대표로서의 기강을 스스로 좀 확립하셔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CBS라디오에서 "기자들이 질문하는데 막 윽박지르듯이 뭐 그래 잘못했다, 뭐 이제 됐냐 이런 거 아닌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더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며 "지금이라도 이 태도까지 포함해서 제대로 사과를 하고 해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