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법안 상정에 패스트트랙 언급하자 "규정 어긋"野 "우원식, 무제한 토론 방해 … 선진화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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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진행중인 나경원 의원 뒤로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 발언을 강제 중단하며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나 의원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된 직후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섰다. 나 의원이 연단에 오르자 우 의장은 "인사 안 합니까"라고 물었고, 나 의원은 "조금 있다가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에 우 의장은 "인사를 안 하는 건 자유인데 안 하고 올라오는 사람의 인격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이날 오후 4시30분쯤 발언을 시작한 나 의원은 "민주당이 무도하게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해서 철회 요구를 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며 "8대 악법을 철회해 달라.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 달라"고 말했다.그러자 우 의장은 국회법 102조를 거론하며 "의제와 관련된 발언을 하라"고 발언을 제지했다.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지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아닌 패스트트랙 제도 전반을 언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나 의원이 "국회의장께서 우리의 필리버스터 권한도 박탈한다면 이것은 바로 의회 폭거"라며 발언을 이어갔지만, 우 의장은 "몇 차례 당부에도 계속해서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을 한다"며 나 의원의 마이크 전원을 껐다.이에 국민의힘 의원 일부는 의장석으로 몰려가 "이게 바로 독재다", "제2의 추미애냐"고 항의했고, 우 의장은 "의제와 관련한 발언을 한다고 하면 마이크를 켜드리겠다"고 했다.마이크가 다시 켜진 뒤 나 의원은 "의장께서 마이크를 넣어주셔서 감사는 합니다만, 이런 필리버스터에 대해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국회법 60조를 의장 개인적으로, 의장의 권한을 넘어선 요구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말씀을 드린다"며 "가맹사업법은 일반적으로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토론을 거쳐서 온 것이 아니라 패스트트랙을 통해 와서 제대로 된 토론이 안 됐다"고 말했다.그러자 우 의장은 다시 마이크를 끄고 "국회법 제102조에 의제와 관련 없거나 허가받은 성질과 다른 발언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제가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의제 외 발언을 해도 이런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나 의원이 올라올 때부터 의제 안에서 발언할 생각이 아예 없어 보여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저는 참 이런 류의 갈등을 정말 싫어한다. 갈등 안 생기게 잘 관리를 해야지 나 의원이 이렇게 갈등을 조장하면 어떡하나"라고 덧붙였다.국민의힘은 국회 선례와 정면 배치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에서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이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의장의 독단적인 본회의 진행이자 폭거"라고 반발했다.앞서 2016년 제340회 임시국회 당시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의제 외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1964년 김대중 의원의 필리버스터 사례를 언급하며 광범위한 발언 권한을 인정한 바 있다.당시 이 부의장은 "1964년에 김대중 의원께서 낭산 김준연 의원 구속 동의안을 표결하려고 할 때 필리버스터 연설을 5시간 동안 했다. 그때도 제가 다 속기록을 봤더니 실은 여러가지 말씀을 하셨다"며 "꼭 의제에 직결해서만 해석을 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이번 충돌은 이날 이어진 필리버스터 대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해당 법안은 가맹점주의 협상권 보장을 골자로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뒤 지난 3일 법사위를 통과했다.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 시 자동 종결돼 이날 밤 12시 종료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1일 처리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한 상태다.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한국장학재단채권·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 3건이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상정된 62개 안건 가운데 국가보증동의안 3건을 제외한 59건 전부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