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 재판 지연되거나 무위 될 염려"
  •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전국의 각급 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뉴시스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전국의 각급 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 왜곡죄 신설 등 사법개혁 추진 법안을 둘러싸고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법원장들은 회의를 열고 사법부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재판 지연 등으로 인한 국민 피해와 사법부 독립 침해 등 위헌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각급 법원장들은 전날 오후 2시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법원행정처장 및 각급 법원장과 소속 기관장 등 총 43명이 참석했으며, 회의는 약 6시간 진행됐다. 이들은 최근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신설 법안 등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법원장들은 "위헌적 비상계엄이 해제된 데에 대한 감사, 비상계엄 재판에 대한 깊은 관심과 우려의 인식, 그럼에도 위 법안들에 대한 위헌 소지와 그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거나 무위가 될 염려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은 "위헌적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해제됨으로써 헌정질서가 회복된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비상계엄 관련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고 했다.

    다만 이들은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사법부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여당의 주요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한 번 바뀌면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오랜 세월 지속된다"며 "특히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므로 사법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무겁다"며 "이럴 때일수록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내는 것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 법사위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등 법안을 주도해 처리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법 왜곡죄는 판·검사가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