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재에 팔 낀 채 사고 1시간여 만에 발견…의식 뚜렷했지만 이튿날 숨져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현장에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 아직 매몰보일러타워 4·6호기 해체 시작, 다음 주 발파…구조대 철수-드론 수색 지속
  • ▲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나흘째인 9일 무너진 보일러타워 5호기 양옆으로 4·6호기가 위태롭게 서 있다. 251109 ⓒ연합뉴스
    ▲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나흘째인 9일 무너진 보일러타워 5호기 양옆으로 4·6호기가 위태롭게 서 있다. 251109 ⓒ연합뉴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현장에서 생존해 구조를 기다리다가 끝내 숨진 40대 매몰자의 시신이 수습됐다. 현재 잔해 속 남은 매몰자는 모두 4명이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9일 오전 10시30분부터 구조작업을 벌여 11시5분께 사고현장에서 김모씨 시신을 수습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고, 김씨가 사망 판정을 받은 지 약 54시간 만이다.

    김씨는 6일 14시2분께 보일러타워가 무너질 때 매몰됐으며 약 1시간20분 만에 구조물이 팔이 낀 채로 구조대원들에게 발견됐다.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빽빽하게 얽힌 철재구조물 때문에 김씨에게 바로 다가가지 못했다.

    당시 김씨는 대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스로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구조대는 사람의 접근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김씨에게 진통제를 제공하기도 했다.

    구조대는 구조물 제거가 여의치 않자 바닥의 흙과 자갈을 파내며 조금씩 다가가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등 총력을 쏟았다.

    한때 소방당국이 "곧 구조가 가능할 듯하다"는 기대를 드러낼 정도로 진전이 있었지만, 구조는 쉽지 않았다.

    2차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며 조금씩 김씨와 가까워졌지만 7일 오전 4시께 김씨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구조대는 미처 팔이 다 빠지지 않은 김씨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김씨는 끝내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현장에서 의료지원을 하던 의사는 53분 뒤에 사망 판정을 내렸다.

    현장 의료진은 "정확한 사망 원인은 판단하기 어렵지만 압궤손상으로 혈전이 발생해 폐색전증이나, 콩팥 손상이 일어났을 수 있다"며 "복강이나 흉부 손상으로 내부출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번 사고로 매몰된 총 7명 가운데 사망자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사고현장에는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이 아직 매몰돼 있다.
  • ▲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붕괴한 구조물 안에서 구조장비를 이용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51107 ⓒ연합뉴스
    ▲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붕괴한 구조물 안에서 구조장비를 이용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51107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이날 김씨 시신 수습을 끝으로 구조대원을 투입한 내부 구조·수색작업은 일시 중단하고, 드론을 통한 수색을 지속하기로 했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인력은 모두 철수하고, 취약화 작업을 위한 인력만 투입됐다"고 밝혔다.

    현재 사고현장에는 보일러타워 6호기를 철거하기 위한 '사전 취약화' 작업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날 붕괴한 보일러타워 5호기 양쪽에 있는 4·6호기 보일러타워에 대한 발파를 결정, 이날부터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5호기는 사전 취약화 작업을 90% 진행하던 중 붕괴했고, 4호기와 6호기는 각각 100%, 75% 수준의 취약화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한편 이번 사고는 6일 14시2분께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3기(4·5·6호기) 중 5호기의 취약화 작업 중 발생했다.

    당시 작업자 9명 중 8명은 60m 높이 구조물의 25m 지점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한 명은 구조물 외부에서 작업 중이었다. 사고 직후 2명은 곧바로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붕괴한 구조물은 연료를 태워 스팀을 생산한 뒤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다. 1981년 준공된 후 2021년 가동이 중단됐다.